3월까지 예비심사 유효기간···KT 대표 교체 가능성 등도 변수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에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는 가운데, 올해 '대어'로 꼽혔던 케이뱅크의 IPO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IPO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지난해 대비 낮아진 기업가치와 KT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 악화한 시장 상황 등 여러 요인을 고려했을 때 IPO 플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연내 상장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에서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한 케이뱅크는 상장 예심 효력이 6개월이라는 점에서 오는 3월까지 상장 절차를 끝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의 실질 검사와 거래소 검토 기간 등을 고려하면 이달 말 전후로 신고서가 나오는 게 유리하다는 시각 속에서도 상장 주관사와 회사 측에선 아직 증권신고서 제출을 위한 일정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아직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올해 IPO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엔 변동이 없지만, 대내외적으로 시장 상황을 탄력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IPO 준비에 착수한 케이뱅크는 실적 성장세를 타고 순항하는 듯 보였으나, 유동성이 말라붙고 주식시장 침체가 이어진 것이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케이뱅크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거래소 문턱을 넘은 컬리는 지난달 한국거래소 상장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는데, 글로벌 경기상황 악화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등이 상장을 추진하다 철회한 데다 골프존카운티, 11번가 등도 올해 상반기 증시 입성이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던 IPO 시장이 올해도 쉽지 않은 국면에 처해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케이뱅크도 악화한 시장 분위기에 난감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낮아진 기업가치와 KT 대표의 연임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장에서의 케이뱅크 기업가치가 8조원을 넘어선 것과 달리, 최근엔 4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여부 역시 또다른 변수다. 해외 투자 유치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KT 대표가 교체될 경우 상장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KT는 케이뱅크 1대 주주인 BC카드의 모회사다.
현재 KT 이사회는 구현모 현 대표의 연임을 결정했으나,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투명한 절차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공개 반대하는 상황이어서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공모가 물 건너간 상황에서 당장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 등이 쉽지 않아 연초 상장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내부에서도 IPO를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제값을 받고 해야 한다는 시각과 함께 적기가 언제인지를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