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떠들썩했던 뉴스가 있다. 죽음까지도 몰고 가는 '전세사기'다. 윤석열 대통령도 '악덕 범죄'로 규정하고 제도 보완과 철저한 단속을 지시하기도 했다.
사실 전세사기는 직접 피부에 와 닿는 주제가 아니었다. 그저 취재하면서 그들의 사연이 안타깝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 지인이 전세사기의 피해자였던 것을 알았을 땐 이런 마음을 가진 것에 대해 미안함이 들었다. 가까이서 발생할 수 있었던 문제를 그저 상관없는 사람들의 얘기라고 치부해 버린 것을 말이다.
지인의 말을 종합해보면 계약 당시부터 좀 이상한 점이 있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집값이 미쳤다'고 얘기했던 2~3년 전 결혼해 신혼집을 찾아봤고 마음에 들어 계약하기로 했다. 계약 당일 집주인은 여기 올 수 없고 대신 영상통화를 해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집주인과 말을 할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때마다 공인중개사들은 옆에서 '이 가격에 이러한 물건이 쉽게 나오지는 않는다', '이거 놓치면 후회할 거야'라는 등 온갖 감언이설로 정신을 못 차리게 했다고 한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이게 전세사기 가담자들에게 놀아났다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고.
문제는 이 다음부터라고 한다. 전세사기가 공론화되고 정부도 제도 규정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기 피해자 단체대화방에도 들어갔지만 여기서도 보증보험에 가입한 사람과 가입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입장도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한다. 보증보험 가입자들은 정부가 연관된 만큼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정해져 있지만, 가입하지 않는 사람들은 1부터 100까지 스스로 알아보고 공유하는 걸로 대응해야 했다.
그 때문에 단체대화방에서는 "무분별한 전세대출과 보증을 남발하던 정부 기관과 금융기관들은 사태가 터진 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개인의 부주의나 잘못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하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던 A씨는 "전세사기 관련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다"는 내용의 유서를 작성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달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발표했지만 관련 지식이나 경험이 전무한 사회초년생, 첫 집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전세사기를 100% 피할 수도 없을뿐더러 개인적으로 해결하기엔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이제라도 전세사기 피해구제와 예방책 마련을 위해서 법무부, 기재부, 국토부, LH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TF 구성과 입법적 대안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건설부동산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