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교보생명, NH농협생명, 흥국생명 등 보험사 19곳이 무더기로 새 지급여력제도(K-ICS) 적용을 유예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아직 새 건전성 규제를 감당하기 어려우니 시간을 더 달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K-ICS 경과조치 접수 결과 교보생명, 농협생명, 흥국생명, DB생명, KDB생명, IBK연금보험, DGB생명, 하나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ABL생명, 푸본현대생명, 처브라이프 등 12개 생명보험사와 한화손해보험, 롯데손보, 흥국화재, 농협손보, MG손보, AXA손보 등 6개 손해보험사, 스코르재보험사까지 총 19개 보험사가 경과조치를 신청했다고 13일 밝혔다. 전체 보험사(53개사)의 35.8% 수준이다.
K-ICS 비율이 낮은 보험사뿐 아니라 K-ICS 비율이 150%를 초과하는 비교적 안정적인 보험사도 자본비용 절감, 금융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응 등 전략적 목적으로 경과조치를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부터 보험사들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K-ICS로 바뀌면서 금감원은 다양한 경과조치를 마련했다. 경과조치는 별도 신고절차 없이 모든 보험회사에 공통 적용되는 조치와 신고절차를 통해 선택 적용되는 조치로 구분된다.
제도시행 전 기발행돼 RBC 기준 가용자본으로 인정되고 있는 자본증권은 K-ICS에서도 가용자본으로 인정하고, 2025년 12월말까지 K-ICS 관련 업무보고서 제출과 경영공시 기한도 1개월 연장된다.
또한 선택적으로 자산과 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가용자본의 감소, 신규 보험위험 측정과 금리·주식위험 측정기준 강화에 의한 요구자본 증가를 최대 10년간 점진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장기보험부채 비중이 큰 생명보험회사 4개사는 자산·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자본감소분의 점진적인 인식을 위한 경과조치를 신청했다. 손해보험사와 재보험사·보증보험사는 자본감소분에 대한 경과조치 적용을 신청하지 않았다.
경과조치 적용을 신고한 19개 보험사 모두가 신규 보험리스크 측정에 대한 경과조치 적용을 신청했고, 주식리스크와 금리리스크에 대한 경과조치는 각 12개, 8개 보험사가 신청했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법규에서 규정한 필요서류를 첨부해 신청한 경우, 별도의 조건 없이 수리해 이달 중 보험회사에 통보할 예정이다. 다만 경과조치의 적용 가능 여부와 금액에 대해서는 이달 말 킥스 재무정보 확정 후 재검토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과조치 적용 전·후의 효과 등에 대해서는 이달 말 결산 결과를 확인한 후에 정확한 수치를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