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 영업손실 예측···"감산 안하면, 3Q도 적자"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반도체 한파가 예상보다 거세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적자 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유일하게 인위적 감산이 없다고 했던 삼성전자도 수익성 악화로 추가 감산 논의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올해 1분기에도 8.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 대비 25% 줄어들었다.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마이크론 등이 3분기부터 감산을 하고 있음에도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도 지난 2021년 9월까지 4.1달러를 유지하던 것이 올해 1월엔 평균 1.81달러로 떨어졌다.
이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14년만에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증권업계는 DS부문만 1조9060억~4조4710억원의 영업손실을 예측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또한 앞서 작년 4분기에 영업손실 1조7012억원을 기록하며,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이어 올해 1분기뿐 아니라 2분기까지 적자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와중에 SK하이닉스 재고자산은 지난 2021년보다(8조9501조원)보다 약 1.75배 커져 15조6647억원을 기록했다.
예상보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수익 악화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추가 감산을 이어갈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부회장)가 추가 감산 여부를 밝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300조원)를 결정하면서, 미래 경쟁력을 위해 설비투자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주주총회에서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반도체 시장은 중장기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경쟁사들 감산에도 무감산으로 대응한 결과,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점유율은 더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D램 시장점유율은 40.7%로 전분기(45.1%)보다 4.4%포인트(p) 올랐다. 그러나 매출 자체는 약 25.1% 감소했다. 점유율이 상승했더라도 DS부문 수익성이 급락한 상황이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도 감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날 의견이 제기된다. 지난 2021년 4분기 DS의 영업이익률이 33.98% 였다면, 2022년에는 13%로 감소했다.
익명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문이 커졌다고 하지만, 수율 등의 문제 때문에 수익성이 크지 않고, 메모리 반도체에서 수익성을 내야하는 상황"이라며 "생각보다 적자가 크고, 재고 처리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대로 무감산 기조를 유지하는 게 삼성전자에도 좋지 않고, 계속 무감산으로 일관할 경우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3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