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8원 가량 상승하며 1310원을 재돌파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여진이 지속되며, 시장 내 금융시스템 불안감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민은행의 완화적 정책으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인 점 역시 원화를 끌어내리는데 일조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7.9원 오른 달러당 1310.1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장 대비 0.2원 내린 달러당 1302.0원에 개장해, 장초반 1299원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이내 반등해 상승세를 이어가며, 오후 2시 40분경 1313.5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마감 직전 상승분 일부를 반납하며 1310원대로 마감했다.
이날 환율 상승의 주재료는 SVB 사태로 인한 위험회피심리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SVB의 인수자를 찾지 못해 분할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제안서 접수도 오는 24일까지로 연장됐다.
또한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를 약 32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CS 리스크가 일부 해소됐다. 그러나 17일 기준 주가가 1.86스위스프랑까지 떨어지며 시가총액은 80억달러 가량까지 추락했다.
미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 역시 17일 기준 23.03달러로 전장 대비 32.8%나 폭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등 미국 대형은행들의 유동성 지원에 반등했지만, 다시 급락하며 지난 7일(약 122달러) 대비 1/5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처럼 SVB 사태 여진이 지속되자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은행 전체에 대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일부 외신은 186개 은행이 SVB와 같은 위험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위험회피심리가 급격히 확산됐으며, 직후 미국채 2년물 금리는 3.8374%로 전장 대비 7.69%나 급락했다.
증시 역시 부진했다. 지난주 금요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19% 하락한 3만1861.98로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916.64로 전장 대비 1.1% 떨어졌으며,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만1630.51로 0.74%나 하락했다.
중국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 역시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17일 중국 인민은행은 오는 27일부터 시중은행의 지준율을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후 석 달 만의 인하다.
또한 이날 중국의 기준금리로 여겨지는 대출우대금리(LPR)를 7개월 연속 동결하는 등 완화적 기조를 고수했다. 현재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이 같은 결정은 위안화 약세에 힘을 보탰다.
이에 지난 17일 달러당 6.865위안까지 절상했던 위안화 가치는 현재 6.9위안선에 근접했으며, 중국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불리는 원화 역시 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UBS가 CS를 인수했으나 부정적 여파가 존재하며, SVB·퍼스트리퍼블릭 관련 노이즈도 지속되면서 시장 내 금융시스템 불안을 연장시켰다"며 "이에 시장은 보수적 투자를 유지했으며, 국내 증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낮춰 독자적 기준금리 인하 흐름을 가져간 것도, 위안화 약세압력을 확대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