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긴축 경계감↑···5월 FOMC 동결·인상 전망 팽팽
이번주 환율 1280~1330원···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변동성↑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외환시장이 혼돈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부터 촉발된 신용리스크가 다소 진정됐음에도, 미중 갈등이 불거지며 달러 강세 흐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물가상승압력이 약화됐음에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경계감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이번 주 원·달러 환율(3~7일)은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가운데, 지지선인 1300원을 중심으로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4.3원 오른 달러당 1306.2원에 개장했다.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10시 기준 1313원을 돌파한 상태다.
이번주 외환시장의 주요 키워드는 눈치싸움으로 요약된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주요 이벤트가 부재한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 약화, 미중 갈등 고조 등 다양한 이슈가 혼재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5%,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상승폭(5.4%, 0.6%) 대비 축소된 수치로, 특히 전월 대비 상승률은 예상치(0.4%)를 소폭 하회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며 미국채 금리도 하락했다. 같은날 2년물 금리는 4.0253%, 10년물 금리는 3.4676%로 각각 전장 대비 2.29%씩 하락했다. 지난주 달러인덱스도 101.7선까지 떨어졌다.
이에 위험선호심리가 일부 부활했다. 지난주 금요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26% 상승한 3만3274.15로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1.44%, 1.74%씩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달러인덱스는 현재 102.53선을 회복했다. 물가 압력이 완화됐음에도 연준의 긴축 경계감이 유지된 것이다
지난 30일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은행 스트레스가 얼만큼 신용경색으로 이어질지, 또 미국 경기가 얼마나 둔화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서비스 부문이 아직 둔화되지 않았고, 임금도 2% 물가목표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SVB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를 경계하던 그의 입장 선회는 시장 내 긴축 경계감을 끌어올렸다. 또한 존 윌리암스 뉴욕 연은 총재 역시 물가 상승세가 완만해졌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언급하며, 해당 발언에 힘을 실었다.
그 결과 연준이 금리인상을 종료했다는 완화적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달 FOMC를 두고 시장 참여자의 49.6%는 0.25%포인트 금리인상을, 50.4%는 동결을 전망하는 등 의견이 팽팽히 갈린 상태다.
위안화도 달러당 6.869위안까지 절하되며,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탰다. 지난달 31일 일본은 7월부터 반도체 제조장비 23종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압박에 동참했다.
중국 역시 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제품 수입을 국가 안보상 이유로 인터넷 보안 심사를 실시하겠다고 반격에 나섰지만, 다소 부진한 중국의 경기회복세와 더불어 위안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종합하면 SVB발 신용위험이 진정되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달러화 약세와 위험선호 심리 회복이 전망된다. 그러나 다음달 FOMC를 앞두고 물가에 대한 연준의 경계심이 여전히 높은 데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며 달러 약세폭이 제한되고 있다.
특히 다소 부진한 중국 경기 회복세 등을 감안하면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불리는 원화의 약세는 일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이번주 환율은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가운데 1280원에서 1330원선에서 움직일 전망이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 : 1285~1325원
이번주 원·달러 환율은 수급상 결제 물량이 우위를 보이며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2월 PCE 물가가 시장 예상 대비 부진한 결과를 보였지만, 글로벌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13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무역수지와 배당금 역송금 물량 유입이 시작되는 점은 환율의 하단을 지지할 것으로 보이며, 이월 수출업체 네고물량은 상승 속도를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 : 1300~1330원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이 더뎌지면서 지난주 달러 약세 쪽으로 흐르던 분위기가 오히려 강세 흐름으로 전환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지난주 1200원대 진입했지만 하방 경직성이 강해지며 오히려 1300원을 웃돌고 있다.
FOMC 등 뚜렷한 경기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당분간 환율은 쉬어가기 장세가 예상된다. 다만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질 경우 하락 압력이 우세해 질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 1280~1320원
신용위험이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잠재해 있음을 고려하면 달러화 약세 폭은 제한적일 것이다. 5월 FOMC에서 추가 금리인상을 두고 시장의 의견이 팽팽한 상황이라는 점도 달러화의 추가 약세 폭을 제한한다.
중국 제조업 경기의 정상화가 기대에 못 미치며, 위안화도 좁은 박스권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 재부무의 IRA 전기차 관련 세액공제 가이던스 발표가 미중간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위안화에는 부담이다.
결국 원·달러 환율은 신용위기 눈치보기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주가 반등과 함께 외국인 주식순매수세 재개될 수 있다는 점은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