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감소·이자장사 비판에 은행권 부담 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은행의 핵심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올 들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쉽사리 올리기 힘들어진 탓에 순이자마진 하락 전환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1분기 순이자마진은 하락 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순이자마진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자산운용 수익에서 예금 이자 등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회사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클수록 수익성이 높다는 뜻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상승세를 보이던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하락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최근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저원가성 요구불예금 감소 추세가 NIM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4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504조30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조5000억원가량 줄었다.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은 금리 수준이 0.1~0.2%대로 낮아 은행이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많을수록 은행 입장에선 이득인 셈이다.
반면 잔액이 줄어들수록 NIM 방어는 어려워진다. 이전과 비교해 주식과 부동산 시장 반등을 기대하는 대기자금이 늘었지만, 이미 정기예금으로 이동했거나 은행 외부로 자금이 유출되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면서 은행권의 긴장감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자 부담이 가중되며 가계대출이 줄어든 가운데, 당국의 압박으로 은행이 대출금리를 쉽사리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된 점도 부담요소로 꼽힌다.
실제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1049조9000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7000억원 줄었다. 3개월 연속 대출이 줄면서 올 들어 3월까지 총 8조1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당국은 대출금리를 낮춰야 한다며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최근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은행권 방문에 맞춰 차주 지원 방안을 내놓는 등 금리인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증권업계에선 올 1분기에 NIM이 하락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2분기로 예상되던 은행 NIM 고점이 빨리 찾아왔다"면서 "1분기에 NIM 하락 전환, 대출성장률 둔화 지속 등이 예상되고, 2분기에도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 조달비용률 상승, 유가증권 운용수익률 하락 등이 맞물리며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당초 전망은 2분기부터 하락하는 것이었지만, 1분기 은행 NIM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연간 NIM 전망치가 하향됐다"며 "감독당국의 경쟁촉진 정책 등으로 인해 마진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존재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