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세사기 피해 구제 나선다···피해기준 확정 '관건'
금융권, 전세사기 피해 구제 나선다···피해기준 확정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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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매각 자율적 유예조치···캠코도 경매일자 연기
주요 은행 '전세사기' 저금리 대환대출 속속 출시
지난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주안역 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주안역 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빌라왕 전세사기 사태와 관련해 은행 등 금융권도 피해자 구제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특단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다. 경매보류, 저금리 대환대출 등의 방안이 폭넓게 거론되는 가운데 피해 기준, 규모 등 가이드라인 마련이 관건일 것으로 관측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전세사기 피해자 추가 지원방안 논의를 위한 관계부처 회의를 진행한다. 당국과 시중은행이 참여하는 실무회의도 이날부터 열리는데, 회의에선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경매절차 유예 등 세부 지원방안을 논의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 관련 경매 중단을 지시했다. 전세사기로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 낙찰되면 세입자는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곧바로 해당 주택에서 퇴거해야 하는 피해를 입게 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경매 일정 유예를 통해 피해자들이 거주지를 옮기는 등의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금융감독원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거주 주택에 대한 전 금융권 자율적 경매·매각 유예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확정된 것은 아니나 경매·매각 유예조치 기간은 6개월 이상이 될 전망이다. 피해자가 희망할 경우 경매절차 개시를 유예하거나 경매가 이미 진행된 경우엔 매각 연기를 추진할 계획이다.

민간 금융회사뿐 아니라 채권매입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도 경매 기일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 나섰다. 캠코는 현재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진 인천 미추홀구 소재 주택 210건 중 51건의 경매를 보류했고, 나머지 주택도 경매 기일이 도래하면 연기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미추홀구 지역에 국한된 경매 보류 지원방안을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캠코 관계자는 "경매 일정 연기 기한을 따로 정해두지 않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부 지원책이 나올 때까지 일단 계속 연기할 예정"이라며 "비슷한 케이스로 다른 지역에서도 (전세사기 피해가) 발견된다면 동일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매 보류는 임시적 조치인 만큼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추가 지원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현실적인 지원 방안으로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초저금리 대환대출이 거론된다.

이미 정부가 지난 2월 전세사기 대책으로 연 1.2~2.1%대 '전세피해 임차인 버팀목전세자금대출' 지원방안을 내놨지만 요건이 까다롭고, 새로 대출을 실행한 후 다른 주거지로 이동해야 한다는 부담 등으로 실효성이 크지 않은 만큼 보다 개선된 대환대출 지원방안이 빠른 시일 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는 24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신한은행(5월 15일), NH농협은행(5월 29일), 하나은행(6월 5일) 등이 순차적으로 관련 대환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마련돼 있는 전세사기 지원 대출의 단점은 피해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무조건 떠나야 한다는 거였는데, 대환대출은 이사갈 필요 없이 더 저렴한 금리의 대출로 바꿔준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클 것"이라며 "이사 유무의 차이만 있지 기존 전세피해 임차인 버팀목전세자금과 금리 등 상품구조는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어느 수준까지를 전세사기로 규정하고 지원안을 적용할지다. 예컨대, 인천 미추홀구 지역 외 다른 지역에서의 전세사기도 일괄적으로 포함할지, 이에 따른 피해·지원규모는 어느 정도일지를 먼저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를 해야 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선 부실 주택에 대한 대출지원이 일시에 대규모로 나가는 데 대한 부담이 클 수 있어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미추홀구 사태처럼 주택 수백채를 보유한 빌라왕에게 당한 사람만 전세사기 피해자로 볼지 등 피해 기준과 규모에 대한 정부 정의가 선행돼야 그에 따라 은행에서 해줄 수 있는 지원 방안도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 경매유예 기간 등 보다 세부적인 지원안은 실무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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