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핵폭탄으로 진화하는 달러 위기
[홍승희 칼럼] 핵폭탄으로 진화하는 달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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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서는 지금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을 논하고 있고 또 전 세계가 미국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 그렇다고 실제로 미국이 디폴트 상황까지 갈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제닛 앨런 재무부 장관의 입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는 디폴트 위협을 내놓는 반면 트럼프는 공화당을 향해 디폴트도 논외로 칠 일은 아니라며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는 양측 모두 협상을 위한 블러핑 카드로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정말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미국이 입을 손실도 크겠지만 세계 금융도 대혼돈에 빠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디폴트가 현실화되기를 원하는 국가는 없을 것이다.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통화라 할지라도 당장 달러를 대체할만한 통화도 없고 다극화를 추구하는 국가들이라 해도 그것이 당장 준비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니 지금 미국이 내부 정치적 힘겨루기를 하는 이상의 비이성적 행동에 나서길 바랄 수는 없으니까.

문제는 미국이 국가부채의 한도를 늘리고 당장의 신용경색을 벗어난다 하더라도 이후 벌어질 일들이 미국의 미래에 밝은 전망을 가능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 달러의 위상이 급추락하지는 않겠지만 현재 미국의 금융상황은 기존의 경제이론으로 해석하기 난해한 여러 난제들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공식발표로 5% 아래로 낮아졌지만 본원물가는 여전히 5%를 상회하고 있어서 여전히 향후 금리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취업률은 매우 양호한 것으로 통계가 잡히고 있지만 내막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팬데믹 기간 중 막대하게 풀린 보조금들이 아직도 가계의 예금잔고로 남아있어서 굳이 당장 취업전선에 나서지 않는 세대가 의외로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활동에 비해 지나치게 호전된 취업률이 이를 반증하는 자료로 인용되고 있다.

또한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근래 들어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어서 이를 담보로 삼은 대출이 많은 중소형 은행들의 부실화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높아지는 이유를 재택근무의 증가 등으로 긍정적으로 보려는 시도도 있지만 팬데믹 기간보다 더 늘어나는 공실의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상업용 부동산의 이 같은 동향은 향후 미국 경제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택에 비해 정부의 규제가 적은 상업용 부동산의 담보 비중이 높은 중소형 은행들에서 뱅크런사태가 발생할 경우 지난번 실리콘밸리 은행 등의 예에서처럼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쏟아 붓기도 명분상으로나 현실적 여건으로나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가 부채한도를 증액한다 하더라도 이미 국가부채가 부담스러운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정부채권 발행이 수월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 또 디폴트가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근래 미국 정부의 여러 정책적 조바심을 보는 세계 각국에서 이제까지처럼 채권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이제까지 미국 국채는 가장 안전한 자산이었지만 장기채 금리가 단기채 금리를 밑도는 등 정부 신용이 떨어져버린 현재 그 안전성에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의 해외자산을 정부는 물론 개인의 것조차 동결시킴으로써 미국채에 대한 정치적 리스크가 부각돼 버렸다.

이에 더해 아직 그 규모가 미미하고 범위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무역거래에서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는 움직임이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것만으로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내릴 국가나 전문가는 없지만 막대한 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과의 거래, 나아가 미국에 의해 국제결제망에서 쫓겨나버린 러시아나 이란, 북한 등은 어쩔 수없이 위안화 거래로 내몰리고 있다.

미국도 중국의 급성장에 위기감을 느끼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구실로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과의 교역을 전면중단할 의사는 없는 게 분명하다. 다만 최근들어 벌이는 일련의 통상외교에서 우방국들이 중국과 지나치게 밀착하는 것을 훼방 놓음으로써 미국 의존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우방국이든 적성국이든 잠재적 기술경쟁국들의 발목까지 묶어두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런 미국이 당면한 금융시스템의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경우 미국의 스피커인양 대중국 강경발언을 쏟아낸 한국의 미래가 암울하다. 최대교역국을 향한 날선 발언은 과연 누굴 위한 퍼포먼스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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