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파생거래 투자요건 별도 신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정부가 'SG증권 무더기 주가폭락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된 CFD(차액결제거래) 관련 규제를 대폭 손질한다.
CFD 투자자들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 투자자 유형, 종목별 잔고 등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장외파생거래 투자요건을 별도로 신설하는 내용이 골자다. 아울러 규제보완 방안이 실제 시행될 때까지 앞으로 3개월간 개인전문투자자의 신규 CFD 거래를 제한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와 지난 26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 CFD 규제 보완방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CFD는 실제자산(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매수금액과 매도금액 간 차액만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의 일종이다. 최소 증거금률이 40% 적용돼 2.5배의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한 고위험군 상품이지만 제도가 촘촘하지 않은 탓에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단 지적이 이어졌다.
당국이 마련한 CFD제도 보완 방안은 크게 △CFD 투자정보 투명하게 공개 △CFD와 다른 제도 간 규제차익 제거 △개인전문투자자 지정 절차 강화 △장외파생상품 거래 별도 요건 신설 등이다.
먼저, CFD와 관련해 투자자의 정확한 판단을 지원할 수 있도록 투자실질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앞으로 CFD에 따른 주식매매 시 실제투자자 유형을 표기해야 한다. 또 신용융자와 같이 전체 및 개별종목별 CFD 잔고 등을 투자참고지표로 공시해 레버리지 투자자금이 얼마나 유입됐는지 시장참여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 부위원장은 "시장참여자들이 실제투자자가 누군지, CFD 거래와 반대매매에 따른 영향은 얼마나 되는지 명확히 알고 신중히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 공시를 개선하겠다"며 "현재 시장감시·감독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거래소의 장외파생상품 정보인프라(TR)에 계좌정보를 추가적으로 집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융자 등 다른 제도와 CFD 간 규제차익도 없어진다. 신용융자와 달리 CFD는 장외파생상품으로 분류돼, 수수료 수입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영업을 확장시키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저유동성 종목 등의 무분별한 중개 및 반대매매가 주가 변동폭을 확대해 투자자뿐 아니라 증권사 리스크 관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당국은 판단했다.
앞으로 CFD는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하고, 저유동성 종목 등에 대한 CFD 취급도 제한된다. 당국은 CFD 중개 및 반대매매 기준 등을 포함한 'CFD 취급 관련 모범규준'도 마련한다. 또 실질적으로 공매도 투자자와 유사한 이해관계를 갖는 CFD 매도자에 대해서도 공매도 투자자에 대한 잔고보고 의무와 유상증자 참여제한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올해 3분기 중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개인전문투자자 지정과 관련한 절차도 대폭 손질한다. 앞으로 개인이 전문투자자 지정을 신청할 때에는 영상통화를 포함한 대면 확인이 의무화된다. 증권사는 2년마다 전문투자자 요건이 지속적으로 충족되고 있는지 여부를 의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또 증권사가 인센티브 제공 등 개인전문투자자 지정을 유도하기 위한 일체의 권유행위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전문투자자 요건 자체는 그대로 유지하되, CFD 등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위해 별도 요건을 신설한다. 앞으로 개인전문투자자라고 하더라도 주식·파생상품·고난도 파생결합증권 등 고위험 상품에 대한 충분한 투자경험(최근 5년 내 1년 이상 월말평균잔고 3억원 이상)이 없는 경우 CFD 등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가 제한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문투자자는 CFD 등 장외파생 거래뿐 아니라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다양한 투자를 허용하는데 널리 적용되는 개념"이라며 "별도로 최소투자금액 요건을 적용중인 사모펀드와 유사하게 장외파생거래 요건을 별도로 신설, 모험자본 공급 저변을 크게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장외파생상품 등 고위험 투자를 감내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대면으로 엄밀히 심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발표된 규제보완 방안이 실제로 시행될 때까지 앞으로 3개월간 개인전문투자자의 신규 CFD 거래 제한을 권고하기로 했다. 이후 시스템 및 내부통제체계 보완이 이뤄진 증권사부터 신규 CFD 거래를 재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