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악화에 대출영업 강화···취약차주·금리 상승세 '불안요소'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카드론과 현금서비스가 최근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간 카드사들은 연체율 관리 등을 위해 대출영업을 자제해 왔지만,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자 다시 대출영업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높은 연체율과 취약차주 비중 등은 여전히 불안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2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NH농협)의 지난달 말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잔액은 37조7684억원으로 전월 대비 1.4% 증가했다.
이 중 롯데카드와 하나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전월 대비 3.4%, 2.1%의 오름세를 보이며 전체 카드론 잔액 증가세를 이끌었다.
이뿐만 아니라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8246억원으로 한달새 2.9% 늘었고,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도 7조3400억원으로 0.9% 증가했다.
이런 증가세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부문이 축소되고 있었기 때문인데,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5월 37조2436억원에서 지난해 말 36조3191억원으로, 7개월새 2.5% 감소했다.
대출영업 확대 배경엔 악화된 수익성이 자리잡고 있다. 올해 1분기 7개 전업 카드사의 순이익은 58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나 급감했다.
앞서 카드사는 2012년 이후 거듭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됐다. 실제 엔데믹 효과로 1분기 전체 카드 승인금액(277조5000억원) 전년 동기 대비 11.5%나 급증했지만, 오히려 순이익이 하락했다.
카드사들은 그동안 카드론 등 대출영업을 통해 순이익을 벌충해왔지만, 최근엔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대출영업을 축소시켰다. 하지만 조달금리 상승 등이 겹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자, 다시 대출영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하나카드의 경우 지난해 카드론 매출액이 3조4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6%나 축소된 결과, 지난해 3분기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0.77%로 전년 대비 0.27%p나 개선됐다.
그러나 지난해 순이익이 1920억원으로 일년새 23.4%나 급감하자, 올해 1분기 카드론 취급액(1조224억원)을 전년 대비 두배 가량 끌어올리며 수익성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문제는 악화된 건전성과 높은 취약차주 비중이다. 1분기 7개 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1.26%로 전년 말 대비 0.23%포인트(p)나 악화된 바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연체액의 70%가 채무 3건 이상의 다중채무차주로 나타났다. 특히 채무 2건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다중채무자 비중은 90%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7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표준등급 기준)는 3월 12.89~14.75%에서 4월 12.87~14.56%로 소폭 하락했지만, 5월 들어 13.58~14.72%로 크게 증가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전반에서 리스크 관리를 목적으로 대출 영업을 축소하면서, 중저신용자 유입이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카드론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카드사의 대출영업 확대 기조와 맞물려 부실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올해 초 업계 전반에 리스크 관리 위주의 내실경영 분위기가 강했지만, 최근 수익성이 악화되자 대출 빗장을 푸는 쪽으로 돌아섰다"며 "다만 연체율 등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현재 손실흡수능력은 충분한 수준이나, 추후 상황에 따라 다시 대출 영업을 축소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