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1270원대로 급락했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경계감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위험선호심리가 급격히 회복되며 달러 가치를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13.7원 내린 달러당 1275.0원에 개장했다. 이는 지난달 16일(1271.9원·종가 기준) 이후 약 한달 만에 최저치다.
이날 환율 상승의 주재료는 급격히 둔화된 미국의 물가상승률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상승률(4%) 대비 1%포인트(p) 하락한 수치로, 지난 2021년 3월(2.6%)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주목할 점은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다. 근원 CPI 상승률이 4.8%로, 전월 상승률(5.3%) 대비 0.5%p나 둔화된 것이다. 6개월 간 5%에서 정체된 근원물가가 큰 폭으로 둔화되면서 연준의 긴축 경계감이 옅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시장 참여자의 94.2%가 이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9월 추가 인상 가능성은 13.2%로 전일 대비 9.1%p나 하락했으며, 연말 기준으로도 21%에 불과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점도표를 0.5%p 상향하며, 두차례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그러나 시장은 연준이 한차례 금리 인상 후 금리인상 사이클을 종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전망에 위험선호심리가 급격히 확산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금리는 전일 4.898%선에서 현재 4.734%선까지 급락했다. 달러인덱스 또한 전일 101.2선에서 현재 100.17선까지 떨어졌다. 달러인덱스가 100선에 머문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오늘 원·달러 환율은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이 촉발한 글로벌 약달러 충격에 갭다운 출발 후 단기 저점 테스트가 예상된다"며 "증시 외국인 순매수, 달러화 약세를 좇는 역외 매도에 추가 하락을 시도하겠지만, 저가매수에 상쇄돼 1270원 초반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