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근원물가·한미 금리차 부담 여전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4회 연속 동결했다.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떨어진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중단 가능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하반기 물가 반등 가능성 등 불확실성에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는 13일 열린 7월 통화정책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2·4·5월에 이은 4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10회에 걸쳐 3%포인트(p)나 끌어올렸다. 그러나 올해 2월부터 금리를 동결하고 있어, 사실상 금통위의 금리 인상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동결결정은 시장 전망과도 부합한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93명이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7명은 0.25%p 인상을 예상했다.
동결 전망의 주요 근거는 둔화된 물가상승세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로, 전월 상승률(3.3%) 대비 0.5%p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이 2%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2021년 9월(2.5%)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목표치(2%)에 근접하면서,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둔화 우려 역시 영향을 미쳤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지난 2월 전망(1.6%) 대비 0.2%p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실제 지난달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으나, 이달 10일 기준 다시 적자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출효자 품목인 반도체의 수출 부진과 최대 교역국인 대중국 수출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국의 소비자물가와 근원 물가가 큰 폭 둔화되며, 연준 금리 인상 경계감을 낮췄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한차례 금리 인상 후 금리인상 사이클을 중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물가 상승압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은 추가 인상에 대한 부담을 높일 전망이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3.5%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은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하반기에 재반등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5%로 유지한 바 있다.
연준이 이달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시장 참여자의 94.2%가 이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차는 상단 기준 사상 최대치인 2%p까지 벌어진다. 이는 외국인 자본 유출 압력을 높일 수 있는 만큼, 금통위 역시 추가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저 영향을 고려할 때 하반기부터 물가 상승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근원물가의 더딘 하락은 금리 인상 명분을 줄 수도 있다"며 "다만 선진국의 금리인상 기조와 수요 둔화 등을 고려하면 물가가 재반등할 가능성은 낮다. 한은의 금리인상 여력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미 금리차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금리차에 따른 자금 유출도 우려되지만, 외국인 현물 매수세를 고려하면 자금 유출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