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1년 전 기자의 지인은 카드사로부터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 약정 시 커피쿠폰을 지급한다는 문자였다.
사회초년생인 그는 연체를 미리 막을 수 있다는 멘트에 혹해, 해당 서비스를 신청하고 커피쿠폰을 챙겼다. 단순 할부서비스라 생각했고,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몇 달 후 고지서를 받아본 그는 아연실색했다. 이월된 원금과 대출이자가 쌓여 납부할 금액이 수백만원까지 불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리볼빙을 청산하기 위해 대출까지 알아봤고, 보다 못한 부모님의 손을 빌려서야 겨우 청산할 수 있었다.
리볼빙이란 이달에 결제할 카드값의 일부를 다음 달로 넘겨서 결제하는 서비스다. 당장의 카드연체를 막는 방편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이자율이 법정최고금리에 육박한다.
할부와 다르게 횟수도 기간도 정해지지 않는데다, 계좌에 현금이 있어도 사전약정 비율대로 결제된다. 첫달 이월된 금액에 다달이 이월한 금액이 붙어 원금이 끝도 없이 불어날 수도 있다.
이 같은 위험성에도 카드사의 권유는 가볍다. 앞서 언급한 커피쿠폰 같은 경품부터 포인트 적립, 1만원 캐시백 등을 내걸며 한번 써보라고 부추기는 식이다. 이벤트 문구도 "미래의 나야 도와줘" 등과 같은 가볍고 무해한 느낌이라, 소비자들의 경각심을 흐리고 있다.
그 결과 지난 5월 기준 카드사의 리볼빙 이원잔액은 7조340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조원 가량 증가했다. 리볼빙 이용자수 또한 지난 2020년 말 246만9000명에서 지난해 7월 말 273만5000명으로 10.8%(26만6000명)나 늘어났다. 커피쿠폰을 미끼로 미래의 연체자를 양산한 셈이다.
리볼빙에 대한 사전 설명이 부족한 점도 한몫 한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작년 7월 말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리볼빙 서비스 관련 민원은 총 259건으로, 그 중 62.2%(161건)가 불완전판매에 관한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대출상품 수준의 설명서 신설, 권유 채널별 설명의무 도입 등 리볼빙 서비스 개선방안을 내놨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은 옅다. 앞서 언급된 지인 역시 연체규모가 불어날 수 있다는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변화는 판매 측인 카드사들로부터 일어나야 한다. 리볼빙의 위험성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인지시키고, 소비자가 신용관리를 위해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끔 도와야 한다. 수익성에 매몰돼 '연체폭탄'이 될 수 있는 리볼빙을 더 이상 가볍게 취급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