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 삼성스토어에서 10년 넘게 가전 제품을 판매하는 A씨. 10시간 동안 서서 일했던 그는 최근에서야 무급의 30분 휴게시간이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동안은 점심시간 1시간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삼성SDI 직원 B씨. B씨는 작년부터 업무가 너무 많아 직무를 내려놓고 노후를 준비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회사는 인력이 없단 이유로 놔주질 않고 있으며, 심지어 임금 삭감은 그대로 진행하면서 고강도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
17일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조합연대(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디스플레이노조,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전자 판매지회, 삼성SDI 충남지회, 삼성SDI울산지회)에 따르면 노조는 처음으로 노동안전보건 실태 조사를 추진한다. 이전에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고과제도 관련 실태를 조사한 적 있지만, 노동안전보건 실태를 조사하는 건 처음이다.
실태 조사에 참여하는 곳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지킴이 '반올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계열사노조연대가 함께 한다.
조사 내용은 △작업환경조사(소음·진동·작업자세·사고위험 등) △노동강도 및 건강실태조사(노동강도·피로정도·성과압박·업무상 사고·질병·산재등) △신체불편정도 및 통증조사와 직무스트레스(감정노동·직무스트레스·통증·수면·우울 등) △화학물질 사용실태 및 관련질환(화학물질유해성·화학물질 관리·이상증세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일한 30대 엔지니어가 백혈병으로 인한 사망한 사례가 산업재해로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재판 도중 숨져, 구제가 늦었졌다는 비판이 있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에 있는 반도체 6개 기업에서 1998년부터 2016년가지 전현직 20만1057명을 조사한 결과 암 피해자는 3442명, 사망자는 1178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 노조 관계자는 "자동차 공장에 있을 줄 알았던 근골격계 질환, 건설 현장에만 있는 줄 알았던 추락사 등이 삼성의 노동자를 위협하고 있다"며 "고액 연봉 속 마른 수건 짜내는 삼성전자의 비정한 노무관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부터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죽지도 않고,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는 삼성을 만드는 현장 노동안전 보건 운동을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오는 9월 말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작업장 환경 개선 요구와 집단 산업재해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금속노조에서는 지난 2월 '삼성전자 계열사의 고과제도 문제 연구 보고서'를 낸 적 있다. 당시 직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5.1%가 현재 고과제도를 신뢰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신뢰할 수 있다는 응답은 7.7%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