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준비와 관계 없어···희망퇴직 접수 기간 등은 미정"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시프트업이 자사 첫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의 서비스를 종료하고, 개발팀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시프트업은 지난 20일 수집형 RPG(역할수행게임) '데스티니 차일드'의 서비스를 오는 9월 21일 종료하기로 했다.
시프트업 측은 "더 이상 게임 서비스 지속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긴 고민 끝에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실무자들마저 서비스 종료 사실을 지난 20일 공지를 통해 알게 됐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서비스를 종료할 때는 우선 이벤트나 업데이트를 중단하고 수 개월간 서비스 유지만하다가 종료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신규 캐릭터를 비롯한 대형 업데이트와 이벤트 일정을 하루 아침에 중단하고, 실무진마저 게임의 서비스 종료를 당일 통보받는 곳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프트업 측은 "게임의 서비스 종료와 희망퇴직 접수는 하루 아침에 결정된 사안이 아니며, 강제 인력 구조조정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희망퇴직 접수 기간과 대상 등 구체적 사안은 아직 공개하기 조심스럽다"며 "최대한 많은 직원들에게 부서 전환배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프트업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시프트업이 IPO(기업공개) 준비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만큼, 상장 전 기업 가치 확대를 위해 일종의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제기한다.
현재 시프트업의 매출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게임은 지난 2022년 11월 출시된 모바일 건슈팅 RPG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다. 니케는 출시 직후 약 2달 만에 회사가 3년간 이어온 적자를 만회하게 했고, 시프트업의 간판 IP(지적재산)에 올랐다.
반면 데스티니 차일드의 경우, 출시 후 약 7년이 지나면서 매출이 하향세로 접어든 만큼, 앞으로 수익원이 되기 어렵기 때문에 상장 전 부진한 게임을 정리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회사는 지난 2016년 데스티니 차일드 출시 후 신작 부재로 지난 2019년 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 2020년과 2021년엔 각각 113억원·19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폭을 늘렸다.
그러나 니케를 출시한 지난 2022년에는 전년 대비 280% 증가한 653억원의 매출과 22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니케는 출시 한 달만에 1억 달러(약 130억원) 이상의 글로벌 매출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니케의 글로벌 흥행은 시프트업의 IPO 준비를 가속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시프트업은 지난 5월부터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IPO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또 지난 19일에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1주당 500원의 비상장 주식을 2.5주로 액면 분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액면 분할은 주식의 주당 단가를 낮추고 유통 주식 수를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통상 비상장사가 투자 유입을 위해 IPO 전 시행하는 방법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IPO 준비 과정의 일부로 보일 수도 있지만, (데스티니 차일드 종료와) 전혀 연관된 건 아니다"며 "데스티니 차일드 서비스 종료는 출시 후 오랜 시간이 지나 더 이상 좋은 서비스를 지속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데스티니 차일드의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에 기존 게임 이용자 역시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한 게임 이용자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게임을 아끼고 사랑하던 이용자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IPO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 같아 씁쓸하다"며 "적어도 스토리를 완결시킬 때까지는 서비스를 진행할 줄 알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른 이용자들 역시 "불과 며칠 전까지 피규어를 예약 구매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서비스가 종료될 지 몰랐다", "니케도 당장은 매출이 잘 나오니 괜찮겠지만,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곧바로 서비스 종료할까봐 불안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