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힘들다"···시멘트 업계, 가격 인상 강행
"버티기 힘들다"···시멘트 업계, 가격 인상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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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C&E·성신양회 이어 한일시멘트도 12.8% 인상···9월중 시행
요인은 전기요금 인상과 영업익 감소·친환경설비 전환 투자 등
(사진=pixabay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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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시멘트 업계가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나섰다. 유연탄 가격 인상은 물론 설비투자 비용 증가 등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C&E는 7월 출하분부터 14.1%(톤당 10만4800원→11만9600원), 성신양회는 14.2%(10만5000원→12만원)씩 가격을 인상했다. 건설자재는 특성상 1~3개월 뒤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인상된 요금은 이번 달부터 세금계산서에 반영될 예정이다. 

한일·한일현대시멘트도 9월부터 시멘트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9월부터 시멘트 가격을 기존 톤당 10만6000원에서 11만9400원으로 인상하고 이번 주 내로 레미콘 회사 등 수요업계에 가격인상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1톤 당 인상률은 12.8%이다. 

이번 인상으로 국내 7대 시멘트 사중 4곳이 가격 인상에 동참하게 됐다. 아세아·한라·삼표 시멘트는 아직 인상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가격 인상에 동참하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는 영업이익 감소세와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업계의 설비 투자 비용이 증가한 만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먼저 시멘트 가격을 올린 쌍용C&E와 성신양회는 올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가격 인상 예정인 한일시멘트는 마이너스 영업익을 모면했지만 시멘트 사업 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전년대비 49%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우크라-러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대란과 유연탄 가격 상승에 더해 정부의 탄소 중립 로드맵에 맞추기 위한 투자도 수천억씩 발생한다. 그 결과 올해 50주년을 맞은 고려시멘트의 공장은 적자를 내고 문을 닫는 일도 발생했다.

특히, 정부의 탄소중립로드맵인 '2050년 넷제로'에 따라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업종인 시멘트는 친환경설비 전환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시멘트 생산설비 퀼른은 유연탄을 연료로 쓴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선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을 연료로 쓸 수 있게 퀼른들을 개조해야하는데 그 비용에만 수백억원이 든다. 또 추가로 질소산화물(NOx)배출량 저감을 위한 설비 투자도 필요하다. 정부는 배출 오염 물질 저감에 필요한 SCR(선택적촉매환원 설비) 도입을 시멘트 업체에게 권고하고 있는데, 대당 설치비용만 300억원 규모이다. 초기 설치 비용을 지원하는 유럽과 달리 한국은 아직 정부가 SCR설치 비용을 지원하지도 않는다.

한국시멘트협회 자료를 보면 2019년부터 올해까지 시멘트 업체가 친환경투자, 에너지 절약 투자에 들이는 비용은 약 1조7745억원이다. 지난해 업계 매출의 3분의 1수준이고, 순익(3034억원)의 5.8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전체 설비 투자 금액은 약 2조315억원이며, 이는 한해 업계 매출(5조원)의 약 40% 수준이다. 

친환경 설비 투자를 위해 삼표시멘트는 1400억원, 한일시멘트도 2025년까지 약 45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업계 1위인 쌍용C&E도 약 4천억원 규모를 친환경 설비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2배 오른 유연탄 가격 인상 분을 아직 다 반영하지도 못한 상황에 전기요금 인상과 환경투자 비용도 지속 발생되고 있다"며 "레미콘업계와 건섭업계도 그렇겠지만 시멘트업계도 매우 힘든 상황이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제는 건설 주요 자재 중 하나인 시멘트 가격이 오르면서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건설업계는 공사비 상승이 곧 아파트 등의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수요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지난달 23일 국토교통부 주재로 시멘트 가격 인상 등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열린 회의에서 건설사들은 시멘트 가격 인상시 아파트 기준 평당 1만7000원의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며 가격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주영준 산업통산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업계의 경영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유연탄과 전기료 등 각종 비용의 변동 사항 등을 종합 고려해 향후 원만한 가격 협상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한편, 국토부는 오는 27일 시멘트 공급·수요업계와 간담회를 가지고 시멘트 가격 인상과 관련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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