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만원대 VVIP 카드도 등장···연회비 수익도 '껑충'
'혜자카드', 줄줄이 단종···상반기 단종카드만 159개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최근 카드사들이 연회비 수십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카드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불어난 조달비용에 수익성이 악화되자, 구매력이 큰 VIP에 집중하는 방식의 영업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카드사 연회비 수익 등은 크게 늘었지만, 소위 '혜자카드'들이 줄줄이 단종되면서 고객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4일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출시된 주요 신용카드 59종의 평균 연회비는 8만345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출시된 주요 신용카드 76종의 평균 연회비(3만8171원) 대비 119%나 급증한 수치다.
카드고릴라는 평균 연회비 상승 요인으로 프리미엄카드 출시가 늘어난 점을 꼽았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연회비 10만원 이상인 신규 신용카드는 지난해 7종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10종이 출시됐다. 또한 지난해 프리미엄 신상카드의 연회비 분포가 주로 10만~50만원선이었다면, 올해 상반기는 20만~80만원 수준까지 올라오는 등 평균 연회비도 높아졌다.
대표적으로 KB국민카드가 올해 초 출시한 신규 프리미엄 라인업 '헤리티지(HERITAGE)'를 들 수 있다. 지난 6월 출시된 '헤리티지 익스클루시브(HERITAGE Exclusive)'의 경우 최상위 1% VVIP 고객을 겨냥한 상품으로, 연회비만 200만원에 달한다. 해당 카드는 별도 자격 심사를 거쳐야할 만큼 가입 절차가 까다로우며, 골프팩 딜러버리 서비스부터 전세계 공항라운지 키 서비스 등 최상위 고객을 위한 혜택으로 무장했다.
또한 '액티브시니어(은퇴 후 시간·경제적 여유를 갖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50대 이상의 인구)'를 겨냥한 '헤리티지 리저브(HERITAGE Reserve)' 역시 연회비가 80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카드로 인지도가 높다.
현대카드는 지난 5월부터 글로벌 프리미엄 카드 브랜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의 센츄리온 디자인 카드를 국내 독점 공급하고 있다. 연회비는 그린(10만원), 골드(30만원), 플래티넘(100만원) 등으로, 전세계 공항라운지와 호텔 멤버십 등을 누릴 수 있다.
이 같은 프리미엄 경쟁에 카드사들의 연회비 수익도 껑충 뛰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7개 전업카드사의 연회비 수익은 31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반면 가입조건이 낮고 상대적으로 혜택이 많은 '혜자카드'는 줄줄이 단종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단종된 8개 카드사의 상품은 159개로, 지난 한해 단종된 상품수(116개)보다 43개 많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 26일자로 단종된 신한카드의 '더 레이디 클래식'을 들 수 있다. 해당 카드는 학원비 100만원당 5%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로 쌓아줘 맘카페 등에서 필수카드로 꼽히고 있었다.
마트·홈쇼핑·온라인쇼핑몰 등에서 10% 할인 혜택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KB국민카드의 '탄탄대로 올쇼핑 티타늄카드' 역시 지난 6월 16일부터 발급 중단됐다. 이밖에 롯데카드의 '인터파크·벨리곰 카드', 현대카드의 '제로 모바일 에디션2' 등 수많은 알짜 카드가 사라진 상태다.
이런 움직임은 카드사들이 돈 안되는 상품을 과감히 정리하면서 악화된 수익성을 메우기 위해서다. 현재 실적이 공개된 금융지주계열 4개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하나)의 상반기 순이익은 66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1%나 감소했다.
반면 신한·KB국민·우리카드 3개사의 이자비용은 95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나 급증하는 등 조달비용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혜택이 큰 알짜카드를 단종시키고,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은 VIP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영업전략이 수정됐다는 분석이다.
고승훈 카드고릴라 대표는 "수익성 악화, 비용 절감 등의 이슈가 맞물리며, 카드사의 프리미엄카드 라인업 출시·리뉴얼이 당분간은 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소위 알짜카드는 고객 점유율 확대 차원에서 순익 악화를 감수하고 출시하는 경향이 있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체질개선 쪽으로 무게가 실린 것"이라며 "상품숫자가 지나치게 많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용률이 낮은 상품을 없애거나, 자주 활용하는 혜택으로 리뉴얼한 케이스도 존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