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LH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부실아파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LH가 진행한 지하주차장 무량판구조 적용 단지들의 전수조사 결과 발표로 오히려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91곳 중 무려 15곳에서 보강 철근이 누락됐고, 10개 단지의 경우 설계단계부터 철근이 아예 들어가지 않았다. 구조계산에서 오류가 생겼거나 도면표시 단계에서부터 아예 빼버린 것이다.
이들 15곳은 대부분 청년과 신혼부부 등 저소득층을 위해 만든 행복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이다. 행복한 생활을 꿈꿀 수 있는 보금자리가 한순간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 시한폭탄으로 바뀐 것이다. 지진이라도 크게 일어날 경우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덤이다.
이에 LH는 철근 누락 원인에 따라 기둥 신설과 슬래브(콘크리트 천장) 보완, 철근 콘크리트 상부 보완 등 보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정에서도 LH가 발주한 철근 누락 부실시공 아파트 입주자의 손해를 배상하고 입주예정자에게는 계약해지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관련 종합대책도 10월 중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내달 말까지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에 대한 안전 점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조사 대상 중에는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105개 단지에는 이미 15만 세대가 거주하고 있고, 현재 공사 중인 무량판 주거동은 10만 세대 규모라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이 발견될 경우 그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아파트 거주자들의 불안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벌써 점검 대상 단지에 포함되는 입주민이나 입주 예정자들은 "철근을 빼고 흙덩이로만 빚은 것과 다름없는데 보강한다 해도 어디까지 믿을 수 있겠냐"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명단 발표도 마찬가지. 부실시공 단지가 공개되면서 해당 단지를 시공한 건설사들의 타격은 불가피해졌다. 15개 단지 시공사들은 이미 설계가 끝난 상태에서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를 통해 시공권을 따냈다. 이들 건설사들은 설계에 따라 시공했을 뿐인데 이번 발표로 모두 철근을 빼먹은 파렴치한 회사로 오인당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했는지 정부는 조사 대상 아파트 명단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점검 결과 문제가 발견된 단지의 명단 공개도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인 만큼 부실시공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대응은 당연하다. 하지만 결과 발표에만 급급한 나머지 LH·건설업계에 대한 불신과 국민들의 불안감만 커져 근본적인 대책이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을 키운다.
결국 이 모든 사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 정부는 지금처럼 카르텔이나 지난 정부 탓으로 돌리기만 한다면 현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전수조사가 건설업계에 만연했던 부실공사의 뿌리를 뽑는 계기가 돼야 한다. 특히 취약계층과 서민층 아파트 만큼은 오히려 제대로 지어야 믿을 만한 정부란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존립 이유이기 때문이다.
나민수 건설부동산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