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대' 정기예금 재등장···불붙는 수신금리 경쟁에 대출금리 '쑥'
'연 4%대' 정기예금 재등장···불붙는 수신금리 경쟁에 대출금리 '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대銀 '연 3.50~3.85%'···은행채 금리 상승·예대율 정상화
'역 머니무브' 가속화 흐름···주담대 변동금리 4.08~6.042%
은행 ATM (사진=서울파이낸스DB)
은행 ATM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은행권의 예금금리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예대율 규제 정상화와 은행채 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4%대 예금상품이 재등장한 것은 물론, 대기성 자금까지 빠르게 흡수하는 분위기다. 향후 은행들의 수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예금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증가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차주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8일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정기예금(12개월 기준) 금리는 연 3.50~3.85%로 집계됐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금리 하단이 기준금리(3.50%)를 밑돌았지만,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예금금리 역시 들썩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초 자취를 감췄던 연 4%대 정기예금 상품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의 경우 연 4.10%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Sh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4.02%), BNK부산은행의 '더 특판 정기예금'(4.00%) 등이 연 4%대 금리를 적용 중이다.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3.90%),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3.85%), DGB대구은행의 'DGB주거래우대예금'(3.85%),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3.85%), 광주은행의 '행운박스예금'(3.80%), BNK경남은행의 'BNK주거래우대정기예금'(3.80%) 등 금리도 4%에 근접했다.

지난해 11월 연 5%대까지 뛰었던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탄 것은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서다. 은행은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예·적금 등 수신상품을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최근 은행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수신자금 조달차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은행채(AAA, 5년물) 금리는 4.287%로 나타났다. 은행채 금리는 지난 3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3%대 후반 수준을 보이다가 5월 말부터 4%대에 진입했다. 미국 국채시장 불안과 함께 새마을금고 사태로 인한 유동성 위기 등으로 은행채 금리가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유동성 규제 정상화도 예금금리가 오른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앞서 금융 당국은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화사채와 단기 금융시장이 경색되자 은행 예대율(예금 잔액 대비 대출금 비율)을 기존 100%에서 105%로 완화했는데, 지난달 이를 정상화했다.

지난달부터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인상한 것도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서다. 85%까지 낮췄던 유동성커버리지(LCR) 비율도 올해 말까지 95~10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LCR은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유출액 대비 고유동성자산의 비율을 의미한다.

예금금리 인상은 은행 예금 상품으로 목돈을 굴리는 이들에겐 희소식이다. 다만 대출금리도 빠르게 밀어 올릴 전망이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 사람)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른 예금금리는 대출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예금금리·금융채 상승 등으로 두 달 연속 오른 상태다. 6월 중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70%로 5월(3.56%)보다 0.14%포인트(p) 상승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는 금리 상단은 6%를 넘어섰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4.08~6.042%로, 대출금리 상승 재료가 여전한 만큼 한동안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비은행권에서 은행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역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은행들의 대기성 자금은 정기예금으로 대거 옮겨가는 분위기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MMDA 포함)은 지난 6월 623조8731억원에서 지난달 600조4492억원으로 23조4239억원 감소했다. 반면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832조9812억원으로 한 달간 10조7070억원 늘었다. 투자처를 찾는 자금 중 적지 않은 금액이 예금으로 이동했다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정기예금 금리가 오른 만큼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금금리 상승으로 코픽스가 오른다면 한동안 대출금리도 더욱 오를 수 있어, 차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저탄소/기후변화
전국/지역경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