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10%대 고금리 적금, 미끼상품 왜?
"배보다 배꼽"···10%대 고금리 적금, 미끼상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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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최고 13% 달하는 적금 등장
우대금리 조건 까다롭고 납입한도 낮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권에서 수신자금 확보를 위한 연 10% 안팎의 고금리 적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금융채 등 시장금리 상승과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 규제 정상화 여파로 수신금리는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일부 고금리 적금 중 우대금리 조건을 맞추기 까다롭거나 월 납입한도가 낮은 경우엔 만기 때 받을 이자액이 '쥐꼬리'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을 부여한 적금 상품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미끼 상품' 판매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우리은행, 광주은행, 우리종합금융 등에서 연 7~13%에 달하는 고금리 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 우리종합금융은 지난 23일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D.P'의 원작자인 김보통 작가와 손잡고 연 10% 금리를 주는 'DP 정기적금'을 출시했다. 기본금리 연 2.0%에 우대금리는 최고 연 8.0%를 제공하지만, 최초 거래 고객(3.0%)이면서 현역군인 또는 친구추천(3.0%), 마케팅 수신동의(1.0%) 등의 조건을 모두 맞춰야 한다. 우대조건을 모두 맞춘다고 하더라도 적금만기는 6개월, 가입금액도 월 최고 20만원으로 낮은 탓에 만기 시 받을 수 있는 이자액은 3만5000원(세전)에 불과하다. 여기에 이자과세(15.4%)까지 고려하면 예금자가 받게 될 최종 금액은 2만원 후반대까지 떨어진다.

광주은행도 LG유플러스와 제휴해 최고 연 13.0% 금리를 제공하는 '광주은행 제휴적금 with 유플러스닷컴' 상품을 이달 출시했다. 1년만기 상품으로 기본금리는 3.0%, 우대금리는 10.0%를 제공하는데, LG유플러스 특정 요금제에 가입한 후 최소 10개월간 유지해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해당 요금제는 △5G다이렉트플러스 69 △5G다이렉트 65 △5G다이렉트플러스 59 등 3가지인데, 요금은 각각 월 6만9000원, 6만5000원, 5만9000원이다.

이 중 가장 저렴한 5G다이렉트플러스 59에 가입하고 우대금리를 받는 상황을 가정했보자. 예금자가 월 최대 한도인 20만원을 1년간 납입할 경우 만기 때 받을 수 있는 이자액은 세후 14만2974원이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해당 예금자는 통신 요금으로 최소 59만원(5만9000원x10개월)을 지불해야 한다. '배(적금이자)보다 배꼽(우대금리를 받기 위해 지불한 통신요금)'이 큰 상황인 것이다.

신한은행이 이달 SK가스와 손잡고 선보인 '신한 SK LPG 쏠쏠한 행복 적금'은 기본금리 3.0%, 우대금리 4.0% 등 총 7.0%의 금리를 제공한다. 1년 만기 상품으로 월 최대 3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우대금리를 모두 받기 위해선 △신한 쏠 최초 가입 △SK LPG 행복충전 멤버십 회원 △SK LPG 행복충전 멤버십 VIP 등급 달성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VIP 등급을 달성하려면 SK가스 및 SK에너지에서 운영하는 LPG 충전소에서 매월 마다 누적 15만원 이상 LPG를 충전해야 한다.

이 적금들은 연 10% 안팎의 고금리 상품으로 홍보되고 있지만 이자 총액은 크지 않은 사실상의 '미끼' 상품들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에서 따로 보도자료를 내고 지나치게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의 예·적금 상품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까지 내놨지만, 미끼 상품들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었던 것이다.

금리 구조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금융사들의 '고금리 숫자 마케팅'에 낚여 적금에 가입할 경우 금리를 제대로 못받거나, 지출하지 않아도 될 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신중한 가입이 필요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단기간 내 대거 수신자금을 확보해야 할 때 이러한 미끼상품들이 효과가 있기 때문에 상품을 아예 만들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 "금융사들도 소비자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숫자 마케팅을 자제하고, 상품 금리구조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소비자들도 보다 꼼꼼하게 금리조건을 살펴보고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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