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동조성···올들어 단기물↓·장기물↑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5회 연속 동결했음에도 장기금리가 상승세를 보인 배경에는 미국 국채금리와의 동조현상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로 인해 주담대 등 일부 대출금리와 은행·회사채 금리가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채권시장팀은 11일 '한·미 금리 동조화 현황 및 평가 : BOK 이슈노트'를 통해 "지난해에는 한·미 금리의 동조성이 모든 만기에서 강화됐으나, 올해 들어선 단기물간 동조성이 크게 약화됐다"며 "반면 장기물의 동조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 예시가 2년물·10년물 금리다.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의 2년물 금리는 각각 3.898%, 5.007%로 1.1%p 가량 격차가 벌어졌다. 올해 들어 양국간 기준금리는 1%포인트(p)나 벌어진 것이 반영됐다는 평이다. 반면 10년물 금리의 경우 우리나라는 3.979%, 미국은 4.307%로 장기물간 격차는 0.3%p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채권시장팀은 한‧미 금리 동조화 경로로 △실물경제 연계 △통화정책 기대 △글로벌 유동성·위험회피 등 세가지를 제시했다. 이어 지난해의 경우 모든 경로에서 동조화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실물경제 연계 경로와 통화정책 기대 경로가 다소 약화된 것으로 추정했다.
채권시장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대됐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들어 한·미 물가·성장 여건과 향후 전망에 대한 시장기대가 차별화됐다"며 "한·미 정책금리 전망 역시 중단기적으로는 다소 엇갈리겠지만, 장기적 시계에서는 수렴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글로벌 유동성·위험회피 경로는 건재했다. 그는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과 양적긴축(QT)에도 글로벌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글로벌 리스크 요인에 대한 민감도도 여전히 높아 기간프리미엄을 매개로 금리동조화 유인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한·미 기간프리미엄 상관계수는 지난 2019~2021년 3년간 0.53에 불과했지만,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는 0.85까지 올라갔다. 이는 장기평균치(0.72)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 결과 한·미 국채금리 중 기대단기금리 변화에 크게 영향 받는 중·단기물의 경우 차별화 움직임을 보였지만, 기간프리미엄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장기물은 여전히 높은 동조성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단기물의 경우 미 국채금리의 영향이 지난해 18~19% 수준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1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10년물에 대한 영향은 여전히 50%를 상회하고 있다. 최근 미 국채금리 급등시점(7월 25일~8월 21일)에 1년 이하 단기물 금리는 보합세(3개월 -1bp, 1년물 +4bp)를 보인 반면, 국고채 10년물은 29bp 가량 상승한 것이 그 근거다.
문제는 높은 금리상승세의 여파다. 채권시장팀은 "국내 장기금리의 경우 여전히 미국 국채금리와 동조성이 높다"며 "이와 연계된 일부 대출금리와 은행·회사채 금리 등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향후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미국 국채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높아질 수 있다"며 "미 국채금리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