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과 연계해 객실에서도 야구경기 볼 수 있어
코엑스 2.5배 크기인 전시컨벤션 센터도 들어서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서울 잠실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버금가는 첨단 돔구장이 지어지는 가운데, 잠실 일대에 코엑스의 2.5배 규모의 대형 전시 컨벤션 시설이 들어선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야구 돔구장과 컨벤션센터가 들어서는 잠실 일대에 한강·탄천과 어우러진 생태·문화공간을 더해 이 지역을 세계적 수준의 '스포츠·마이스 복합단지'이자 새로운 문화·산업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북미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16일(현지시간) 돔구장 건립 계획과 함께 이런 내용의 잠실 일대 개발구상을 밝혔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를 방문해 돔구장을 둘러본 뒤 "야구를 보는 것도 목적이지만 가족 단위 등 삼삼오오 모여 즐길 수 있게 시설이 아주 잘 돼 있어 하나의 축제 같은 느낌이다. 호텔이 돔구장과 붙어 있어 가능한 일"이라며 "우리도 이렇게 야구를 축제처럼 즐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호텔과 연계해 돔구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로저스센터는 투수 류현진 선수가 속한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구장으로 약 4만1000석 규모의 돔 경기장이다. 토론토 메리어트시티센터호텔과 일체형으로 조성돼 일부 객실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 시장은 또 이날 캐나다 토론토 CN타워 전망대에 올라 워터프론트(Waterfront) 수변개발 현장을 둘러봤으며 19일에는 뉴욕 자비츠 컨벤션센터를 방문한다. 뉴욕 맨해튼 서부 허드슨강 인근에 세워진 자비츠센터는 전시 면적 약 7만8000㎡로 뉴욕에서 가장 크고 활발하게 전시·국제행사가 열려 지역 관람·관광·숙박·상업시설 등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 시설은 뉴욕시 전체에 연간 약 2조4000억원의 매출, 약 1만6000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 잠실에 들어설 전시컨벤션센터는 전시 면적 약 9만㎡로 자비츠센터보다 1만㎡ 이상 넓고 코엑스(3만6000㎡)와 비교하면 2.5배다. 회의 면적까지 포함한 전체 면적은 약 11만㎡다.
시는 전시컨벤션센터가 서울 전역에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을 미래 산업 핵심 시설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시는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서울스마트마이스파크(가칭·주간사 ㈜한화)와 스포츠·마이스 복합단지의 기능 고도화, 공공성 확보 등에 중점을 둔 운영계획을 수립 중이다. 협상 내용에는 전시컨벤션센터뿐 아니라 주변의 업무·상업·숙박시설 건립 계획도 포함된다.
특히 잠실 돔구장은 민간투자로 진행되는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개발 사업'의 일부다. 개폐식이 아닌 폐쇄형 구조에 국제경기 유치가 가능한 3만석 이상의 국내 최대 규모로 계획 중이다. 돔구장은 우천·폭염 등 악천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또 올스타브레이크(올스타전이 개최되는 약 1주일간의 정규리그 휴식기), 오프 시즌에는 대규모 공연·행사도 열 수 있다. 시는 내·외야를 순환하는 360도 개방형 콘코스(관중석과 연결된 복도공간)와 스카이박스, 필드박스, 패밀리존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각종 프리미엄석을 도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돔구장과 호텔(야구장 뷰 120실 포함해 총 300여실)을 연계 조성해 객실, 레스토랑, 피트니스 등 호텔 내 여러 공간에서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호텔과 연계한 야구장은 로저스센터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가 된다고 시는 설명했다.
잠실 돔구장은 현 잠실야구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지어진다. 시는 내년 말까지 실시협약을 마무리하고 2025년 시즌까지 기존 잠실야구장에서 경기를 치른 뒤 2026년 착공, 2031년 말 준공한다는 목표다. 공사 기간 대체 구장 확보 문제는 아직 검토 중이다. 돔구장 건설비는 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민간투자 기업이 당초 제안했던 개방형 구장과 비교하면 배 이상이다.
시는 전시컨벤션센터가 잠실, 강남 등 교통이 혼잡한 도심형 시설인 점을 고려해 자비츠센터와 같이 전시 물류차량 전용 흡수·대기 공간을 국내 최초로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주변 교통혼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다른 시설과 연계한 통합 주차장을 조성한다.
이어 시는 '한강'이라는 서울만의 특화된 경관을 활용해 매력적인 조망을 갖춘 특색있는 공간도 조성할 계획이다. 산업화로 고립됐던 수변을 생태공원으로 재편한 토론토 워터프론트 사례를 참고해 한강과 탄천 수변을 활용해 잠실 일대에 매력적인 수변 생태·여가문화 공간을 조성하는 구상도 내놓았다.
이를 위해 '국제교류복합지구 수변생태 여가문화공간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국제교류복합지구의 탄천·한강 합수부 일대 약 63만㎡를 대상으로 탄천·한강변을 정비하고 탄천보행교를 신설해 복합지구와 탄천 사이 단절 구간을 다양한 동선으로 이으면서 주요 주거·상업지역과 지천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수변 공간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기본설계안을 마련한 뒤 하반기 착공할 예정이다. 완공 예정 시기는 2029년, 사업비는 1500억원이며 잠실 마이스 사업과 별개로 전액 현대차GBC 공공기여를 활용한다.
시 관계자는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지금까지 코엑스에 국한됐던 마이스 기능이 확장돼 잠실을 비롯한 강남권역 일대의 산업과 문화소비 지형까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