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PF···원희룡 장관 "'반전 효과' 목표로 대책 준비"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중소·중견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법정관리와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사업비 급증과 함께 건설 경기 악화로 인한 자금 조달 어려움과 유동성 부족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같은 줄도산 공포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회생법원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총 5곳의 건설사가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공고했다.
서울에서 시공능력평가 75위 대우산업개발을 비롯해 동흥개발, 국원건설이 회생절차에 들어갔으며 수원과 울산에서 각각 삼호건설, 굿모닝토건이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특히 시평 467위로, 국내 건설사 중 상위 15%에 드는 국원건설의 경우 인천 서구 검암역세권에 1조4900억원을 들여 복합환승센터의 민간사업자(검암플라시아복합환승센터PFV)로 참여해 온 만큼 충격을 더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 실패로 유동성이 악화하며 부도를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PF 사업은 보통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PFV)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투자금을 모으는데, 컨소시엄 참여 업체 중 한 곳이 부도 처리된 만큼 다른 참여사들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겪고 있는 이같은 어려움의 중심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자리잡고 있고 당분간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작년 말부터 중견·중소 건설업계의 위기는 현실화하고 있다. HN Inc(에이치엔아이엔씨·133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대창기업(109위), 신일건설(113위) 등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건설사들이 줄줄이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9곳의 건설사가 부도처리됐다. 폐업도 증가 추세로, 지난 8월 기준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121건)보다 119.8% 증가한 266건으로 집계됐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수 중소건설사는 증가한 공사비와 지연된 공기로 인해 예정보다 손실이 크게 확대됐고, 금융기관들의 대출 거절로 유동성 위기까지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지방‧비수익형 부동산의 저조한 분양 흐름 속에서 책임준공 이행에 따른 추가 공사비, 책임준공기한 도과에 따른 PF 채무 인수 부담까지 더해져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중 신용도가 낮은 중소건설사의 대량 부실과 도산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부 역시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추석 전 발표할 부동산 대책에 PF 자금 지원 방안을 포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PF는 전반적으로 총량을 확보할 것"이라며 "(그것이) 힘들다면 서로 공급 주체들끼리 손바꿈이 되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통해 시장의 상황을 반전시키는 효과를 목표로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위기에 대응하고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설업계 재무구조 관리체계 구축 등 자구 노력과 함께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중소건설사 및 사업장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자금 조달‧원자잿값 폭등‧물가 상승 등 사업성이 악화하면서 자금 흐름의 효율성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프로젝트 수주 시 철저한 원가·손익 관리와 현금 흐름 모니터링 등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재무관리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주 연구위원은 "시장충격 발생 억제 및 실제 충격 발생 시 여파 최소화를 위해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지역 중소건설사 및 지역 중소건설사 참여 사업장에 대한 지원 확대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운영 중인 대주단협약과 관련, 대상 사업장 범위 확대 및 시공사와 개발사업 손실 분담 유도 △사업 재구조화 대상 확대,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 및 위험헷지 장치 제공, 정부 출자 확대 등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 범위 확대 △중소건설사 유동성 공급 장치 마련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