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징벌적 관세, 프랑스·이탈리아 보조금 개편
비야디 출시 앞둔 한국도 대응책 마련해야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인 전기차를 둘러싸고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같은 기조는 저가 중국산 전기차 수입 규제 정책으로 주로 나타나는데, 중국으로부터 전기 승용차 수입을 앞둔 한국 정부가 어떤 방침을 세울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올해 3분기 기준 국가별 전기차 관련 주요 정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 전기차 시장의 자국 우선주의는 정부 보조금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산 전기차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가별 전기차 정책을 살펴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역내 자동차 업체 보호를 위해 저가 중국산 전기차 수입에 대해 징벌적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 대상에는 비야디(BYD) 등 중국업체뿐 아니라 테슬라, BMW 등 중국에서 생산하는 다국적 자동차 업체도 포함됐다.
EU 집행위는 경쟁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반독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원자재와 배터리 가격, 특혜 대출, 저렴한 부지 제공 등 불공정 보조금 가능성을 폭넓게 검토하고, 표준세율 10%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할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저가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기 위한 보조금 개편안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이 전기차 생산, 수송 등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측정해 환경점수를 매기면 이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 개편안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유럽 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는 보조금을 거의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연간 10억유로(1조4300억원) 규모로 전기차 구매자에게 5000~7000유로(715∼999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전체 보조금의 34%가량이 저가 중국산 전기차에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도 같은 목적으로 전기차 제조·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에 따른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다. 브라질은 중국 업체들의 반발에도 전기차 수입 관세 면제를 종료하고, 3년에 걸쳐 35%까지 관세를 인상할 방침이다.
일본은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자국 내 배터리와 반도체의 생산량에 비례해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는 전략물자 생산기반 세제정책을 추진한다.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세한 제도로,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배터리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KAMA는 전했다.
중국의 경우 각국 전기차 업체에 자국산 부품을 사용하도록 지시, 이같은 견제에 맞불을 놓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재정부는 지난달 2023∼2024년도 자동차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하며 중국산 부품 사용률에 대한 수치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업체에는 벌칙을 부과하는데, 이번 계획은 전기차 공급망을 중국 업체 중심으로 구축하려는 의도에 따라 마련됐다는 것이 KAMA의 해석이다.
KAMA는 세계 각국으로 번져가고 있는 전기차 관련 자국우선주의에 대응해 한국정부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비야디가 전기 세단 '실'과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 등 6개 모델의 상표를 국내에 출원하는 등 저가 중국산 전기차의 한국 상륙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KAMA 관계자는 "비야디가 전기차 출시에 성공할 경우 현대차·기아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국내 전기차 시장 구도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