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금리, 4.85%···취약차주 이자부담 가중
카드대출 연체율 급등···하반기 부실우려 확산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최근 하락세를 보였던 카드사 대출금리가 반등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 등에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조달비용이 급증한 영향이다.
서민들의 급전창구로 불리는 현금서비스 등의 금리가 오르면서 취약차주들의 이자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이는 연체율 상승 등으로 이어져, 하반기 카드사 건전성을 크게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10월(9월말 기준)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평균 금리가 17.54%로 전월(17.46%) 대비 0.08%포인트(p) 상승했다.
앞서 현금서비스 평균 금리는 △7월(17.62%) △8월(17.49%) △9월(17.46%) 등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지만, 10월 들어 재반등한 것이다.
하나카드의 현금서비스 평균금리는 18.26%로, 7개 전업카드사 중 가장 높았다. 이어 KB국민카드(18.09%)와 롯데카드(18.08%)도 18%대 금리를 기록했다.
이달 7개 카드사의 결제성 리볼빙 평균 금리도 16.58%로 전월 대비 0.05%p 상승했다. 결제성 리볼빙 평균 금리 역시 8월 16.56%에서 9월 16.53%로 하락했지만, 10월 들어 반등한 셈이다.
이 중 롯데카드의 평균 금리가 17.88%로 가장 높았다. 이어 △KB국민카드(17.45%) △신한카드(16.75%) △현대·하나카드(16.53%) 등이 뒤를 이었다.
10월 카드론(장기카드대출) 평균 금리는 13.88%로 전월 대비 0.13%p 하락했다. 다만 장기대출의 특성상 조달금리가 반영되는데 3개월 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시차를 두고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처럼 금리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금리 상승원인은 조달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영업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차입금과 회사채 등으로 조달한다. 각 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카드사 전반의 회사채 의존도는 70%에 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4.85%를 기록했다. 앞서 여전채 금리는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3월 3.8%선까지 떨어졌지만,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불거진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특히 글로벌 채권 금리의 지표 역할을 하는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최근 5%를 돌파했을 뿐 아니라 발행 한도가 풀린 은행채 역시 카드채 수요를 낮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전채 금리는 지난달 말(4.619%)보다 0.2%p나 상승한 상태다.
문제는 여전채 금리가 올라가면 취약차주들이 이용하는 카드론, 현금서비스 금리에도 영향을 줘 이자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고금리·고물가 기조 속 경기둔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저신용 차주들의 급전 창구로 활용되는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카드사 대출서비스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소득기반이 취약한 60대 이상 노년층의 카드론 잔액과 이용자수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2조5000억원, 17만명씩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전성 악화도 걸림돌이다. 상반기 기준 전체 카드사 연체율은 1.58%로 전년 말 대비 0.38%p나 상승했다. 이 중 신용판매 연체율은 0.87%로 전년 말 대비 0.22%p 상승에 그쳤지만, 카드대출 연체율(3.67%)은 0.69%p나 급증하며 연체율 증가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가운데 훌쩍 뛴 카드사 대출금리는 취약차주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가중시키며, 부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추세적으로 조달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 같다. 카드론 등에 덜 반영된 부분도 있어, 당분간 카드대출 금리가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며 "다만 건전성 관리를 위해 업권 전반에서 카드론 등 대출 부문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관련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는 만큼 부실 등으로 번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