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비용 급등에도···대출 금리상한 '17.5%' 제자리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집행 보수적일 수밖에"
[서울파이낸스 정지수 기자] 저축은행이 최근 민간 중금리대출마저 옥죄고 있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조달금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중금리대출의 금리 상한은 고정돼 '역마진'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게다가 연체율마저 높아지면서 리스크 관리도 시급한 상황이어서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9년 만에 올해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저축은행 입장에선 대출을 늘려 분위기 반전을 모색해야 하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3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올 상반기 중금리 대출 규모는 3조3437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1317억원)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대출 건수도 2분기 33만9332건에서 3분기에는 22만2962건으로 급감했다.
민간 중금리대출은 금융사가 신용점수 하위 50% 차주에게 일정 수준 이하의 금리로 공급하는 대출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취약 차주가 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기 위해 금리상한 요건(17.5%)을 충족한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대출에 대해 대출액의 150%를 영업 구역 내 대출로 인정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영업 구역 내 대출 비율을 40~50%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인센티브를 받을 경우 규제를 준수하기 용이해진다.
이처럼 저축은행 업계가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은 최근 시장금리가 치솟으면서 조달 비용이 급증해서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4분기부터 회사채 시장이 악화되면서 필요한 자금을 4~6%대 예‧적금 등 수신상품 등을 팔아 조달해 왔다.
게다가 고금리 장기화와 함께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건전성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올 상반기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5.33%로, 전년 말 대비 1.92%포인트(p) 증가했다. 이 중 기업대출 연체율은 5.76%로 지난해보다 2.93%p 올랐다. 이 밖에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과 가계대출 연체율도 각각 6.35%, 5.12%로 지난해보다 3.04%p, 0.38%p씩 상승했다.
조달비용 부담은 커지는 반면 중금리대출 금리의 상한은 고정된 데다, 연체나 대손비용에 따른 손실까지 감안하면 역마진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저축은행들의 '대출 옥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중 상호저축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마이너스(-) 11로 나타났다. 지수가 플러스(+)면 대출태도를 완화, 마이너스(-)면 강화하겠다는 금융기관(전체 204개 금융기관)의 수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저신용자들의 경우 '급전 창구'로 저축은행 등을 주로 이용하는데, 대출 옥죄기가 장기화할 경우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수적으로 대출 규모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며 "법정 최고금리가 높아지지 않는 이상, 사실상 저축은행의 선택 범위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