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연말 정기인사를 앞둔 SK그룹이 대규모 인적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룹 수뇌부 가운데 부회장 4명이 모두 물러나고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그룹 2인자 자리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7일 2024년도 인사를 단행하는 가운데 그룹 최고경영진인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4명이 퇴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거론되는 4인은 모두 60대로, 이들의 빈자리는 50대 젊은 경영인들이 대체해 세대교체를 이룰 것이란 전망이다. 현 최고경영진은 2016년 김창근 당시 수펙스 의장을 필두로 선배 경영인들이 대거 교체될 당시 주요 계열사 대표직에 올랐다. 이후 7년간 그룹을 이끌어 왔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이 조 의장과 장 부회장, 김 부회장, 박 부회장을 '도쿄포럼 2023'이 열린 일본으로 불러 직접 그룹 세대교체 의지를 전달하면서 퇴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룹 주력 사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현재 반도체는 적자 수렁에 허덕이고 있으며, 배터리는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를 통해 경영 일선에 배치해 경영 불확실성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앞서 지난 10월 최 회장은 프랑스에서 개최된 '2023 CEO 세미나'에서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하면서 "빠르게, 확실히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쓴소리를 던진 바 있다. 특히 2016년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제기했던 서든 데스 위험을 7년 만에 재차 언급하자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그만큼 현재 경영 환경을 엄중히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했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후임으로는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본인이 최근까지 고사한 것으로 알려져 선임 여부는 미지수다.
부회장단 4인이 모두 물러날 경우, SK㈜와 SK이노베이션 후임 대표이사에는 장용호 SK실트론 사장과 박상규 SK엔무브 사장 등이 거론된다. 장 사장은 SK㈜에서 사업지원담당, PM2부문장 등을 거치며 그룹의 반도체 소재사업 진출 전략을 주도했다.박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으로 입사해 SK㈜ 투자회사관리실 기획팀장, SK네트웍스 총괄사장 등을 역임했다. 두 사장은 지난해 SK 수펙스 인사에서 김준 부회장의 환경사업위원장직과 서진우 부회장의 인재육성위원장직을 각각 물려받았다.
박정호 부회장이 퇴임한다면 SK하이닉스는 곽노정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