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처리 물꼬 튼 저축은행···건전성 개선 '요원'
부실채권 처리 물꼬 튼 저축은행···건전성 개선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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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L 1000억, 이달 중 우리금융F&I에 매각
5대 저축은행, 누적 부실채권만 3조원 육박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1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NPL)을 이달 우리금융F&I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민간 금융회사에 부실채권을 털어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부실 규모가 빠르게 쌓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1000억원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는 점에 업계는 의의를 두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12곳은 개인무담보 부실채권(NPL)에 대한 자산유동화방식 공동매각을 추진, 1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이달 중 우리금융F&I에 최종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가율은 캠코와 거래하던 매각가격에서 약 30% 높은 수준에 책정됐다.

저축은행업계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아닌 민간 금융회사에 부실채권을 매각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 저축은행들은 캠코를 통해서만 부실채권을 털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매입 독점권을 가진 캠코를 통해서는 부실채권을 헐값에 매각할 수밖에 없어, 업계는 캠코 외 민간 금융회사에도 부실채권을 매각할 수 있게 해달라 금융당국에 요청해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캠코 매각가가 대출원금의 절반이 안 될 정도로 굉장히 낮아 팔수록 오히려 손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며 "건전성 지표 관리를 해야 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캠코에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당국은 지난 7월 저축은행 부실채권 매각 통로를 캠코 외 민간 NPL기업 5곳(우리금융 F&I·하나 F&I·대신F&I·키움F&I·유암코)으로 확대했다. 이후 이번에 민간 NPL기업으로의 첫 번째 공동매각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첫 부실채권 공동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지만, 업계의 건전성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엔 어려울 전망이다. 고금리 장기화, 경기침체 등으로 부실채권이 빠르게 쌓이고 있어서다.

올해 3분기까지 저축은행 상위 5개사가 보유한 고정이하분류여신(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여신 합계) 규모는 2조7969억원에 달한다. 전체 업권으로 넓히면 이 규모는 더 확대된다.

부실채권이 수조원대 규모로 쌓이면서 연체율과 NPL비율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전체 저축은행업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5.40%로 지난해 말(4.74%)과 올해 2분기 말(5.12%) 대비 각각 0.66%p(포인트), 0.28%p 상승했다.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3분기 말 5.81%로 전분기(5.38%) 대비 0.43%p 올랐다. 지난해 말(5.26%)과 견주면 0.55%p 오른 수치다.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저축은행 입장에서 이번 매각가격도 아쉬운 지점이다. 캠코 가격보다는 30% 올랐다고 하지만 여전히 원금에 못미치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평가다. 이번에 민간 금융회사로의 부실채권 매각 물꼬를 튼 만큼 추가 공동매각을 통해 건전성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내년 상반기 중 한 차례 더 NPL 공동매각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캠코에 매각할 때보단 가격이 낫지만, 업계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부실채권을 계속 안고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이걸 털어낼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다는 점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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