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전환 기대 무산···日 10년물 0.678%대로 하락
엔화, 144엔에 근접···"내년 상반기 130엔 도달 예상"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일본은행(BOJ)이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 등을 골자로 한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직후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내림세를 보였으며, 최근 절상(하락) 흐름을 보였던 달러·엔 환율 역시 144엔 근접하는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시장에선 최근 과도한 상승분에 대한 되돌림으로 보고 있으며, 추세적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일 BOJ는 올해 마지막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단기 정책 금리를 -0.1%로 동결했다. 또한 10년물 국채 금리를 0%로 유지하되, 금리변동의 상한선을 1% 내외까지 용인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했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2016년부터 단기금리를 -0.1%로 유지하고 있지만, 장기금리 변동폭은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상향하고 있었다. 특히 BOJ는 지난 7월 금정위에서 10년물 금리 상한선을 0.5%에서 1%로 올린 바 있으며, 10월에는 1%를 초과해도 일정수준까지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번 금정위에서는 금리상한을 상향하진 않았다.
해당 결정은 마이너스 정책의 폐지 등을 예상한 시장 기대감과 상반된다. 지난 7일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임금과 물가가 상승하는 선순환이 확실해지면, 마이너스 금리 해제와 장·단기 금리 조작의 재검토도 시야에 넣을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마이너스 금리 폐지를 언급한 해당 발언은 기존 통화완화를 끈질기게 고수해온 BOJ의 기조와 상반된다. 특히 내년 전망에 대해 "훨씬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하며,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 결과 지난 6일 달러당 147엔을 웃돌던 엔화 가치는 7일 143엔선까지 절상하는 강세흐름을 보였다. 0.625%대에 머물던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 또한 0.75%선을 돌파했지만, 금정위 직후 통화긴축에 대한 기대감이 무산되며 현재 0.678%대까지 떨어졌다.
이런 결정의 주요 근거는 지난 12~13일(현지시간) 진행된 12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보인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 FOMC에서 3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재 금리수준이 정점이거나, 그 근처에 가깝다"고 발언하는 등 사실상 금리인상이 종료됐음을 시사했다.
특히 향후 전망을 반영한 점도표를 통해 내년 세차례(75bp) 금리인하를 시사했으며, 현재 시장은 내년 여섯차례(150bp) 금리인하를 반영하는 등 긴축경계감이 크게 완화됐다. 이렇듯 미·일 금리격차가 좁혀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자, BOJ 입장에서는 대규모 통화완화를 폐지할 유인이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정용택 IBK 연구원은 "반등한 경기와 물가를 바탕으로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높지만, 금리인상을 마무리하고 인하가 가시권에 들어 온 미 연준과 정책 결정이 엇갈릴 위험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 일본내 소비가 둔화되고 있고 기업들의 부도도 늘고 있다.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여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최근 일본 경제 반등에 엔저가 기여한 면을 고려하면, 미국과 엇갈린 통화정책을 택하기엔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경 한은 아태경제팀장은 "최근 우에다 총재의 발언에 대해 시장 해석이 엇갈리며 출구전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BOJ의 공식적인 스탠스는 일관됐다"며 "실제 연준의 피봇이 빨라진 만큼 오히려 물가 하방압력이 생겨, 긴축이 늦춰질 것이란 견해도 나왔다. 마이너스 금리가 폐지돼도, 제로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시장 컨센서스"라고 설명했다.
한편, FOMC 이후 달러당 141엔까지 절상(하락)했던 엔화는 금정위 직후 143엔 후반까지 절하되는 약세를 보였다.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이날 통화긴축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무산되며 엔화가치가 떨어졌지만, 추세적인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내년 상반기 중 달러 130엔선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시장 기대와 달리 BOJ가 기존 정책을 유지하면서 엔화를 약세로 방향을 틀었다"며 "이런 분위기가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올해 중 130엔 진입은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최근 기대감에 강세를 보인 부분이 되돌려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다만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 등에 엔화 역시 추세적인 강세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BOJ 통화정책이 전환되는 시점은 내년 2분기 정도로 보고 있다. 해당 시점에 엔화 역시 130엔에 수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