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보유자 중 최근 1년 내 중도 상환한 비율 '61.1%'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지난해 가구당 저축여력의 고-저 양극단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여력이 높은 소비자가 소폭 늘어난 만큼, 저축여력이 낮은 소비자도 유사한 비율로 증가하면서 가계재정이 양극화되는 추세가 강해졌다.
4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월 평균 가구소득은 511만원으로 전년(489만원)에 비해 22만원 늘었다. 평균 저축·투자여력이 2022년 30.9%에서 2023년 30.1%로 0.8%포인트(p) 축소된 가운데, 소득의 절반 이상이 남아 저축여력이 높은 소비자는 25.1%로 지난 2022년보다 3%포인트(p) 증가했다.
저축여력이 낮은 소비자도 비슷한 수준으로 늘었다. 저축여력이 낮은 소비자의 경우 전년보다 2.6%p 늘어난 34.9%였다. 저축 가능액은 가구소득에서 고정·변동지출 및 보험료, 대출상환액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으로 간주한다.
지난해 월 소비·지출액은 243만원으로, 전년(241만원) 대비 약 2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비자들이 지출이 불가피한 필수 소비 외 선택형 소비를 줄이며 긴축한 결과로 풀이된다.
2022년에 비해 지출이 늘었다고 응답한 항목을 살펴보면, 식비 및 공과금이 높고 엔데믹 후 늘어난 경조사·모임 비용의 증가가 뒤를 이었다. 반면, 의류·잡화 구입, 국내 여행, 명품 구입 비용 등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는 응답이 높은 편이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주식 등 금융시장 악화(부정) 인식은 전보다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재정은 올해와 비슷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는데, 금융시장과 유사하게 가계 재정 또한 부정 인식이 감소했지만 긍정으로 전환되지는 못하고 '올해와 유사·비슷' 인식이 다수를 차지했다.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변화에선 보수적인 움직임이 감지됐다. 투자보다 저축 자산 비중이 전년과 견줘 확대되면서다. 2023년 총 금융자산은 전년 대비 45만원 증가한 9049만원으로, 수시입출금·예적금 비중은 같은 기간 5.1%p 확대된 45.4%를 기록했다.
투자·신탁의 경우 2.7%p 늘어난 26.1%의 비중을, 연금상품은 2.2%p 감소한 10.0%, 보험상품은 2.5%p 줄어든 11.3% 비중을 차지했다.
연구소는 "보통 저축자산 비중은 금융자산이 낮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해 대비 올해는 3000만원 이상 자산 보유층에서도 그 증가폭이 상당했다"며 "투자자산 비중의 증가는 고자산가층에서 견인했다"고 말했다.
대출 거래 현황에선 대출 중도상환이 늘면서 디레버리징 의향이 증가했다. 지난해 대출 보유율(49.2%)은 2022년(50.4%)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었으나, 평균 대출 잔액(4287만→4617만원)은 더 늘었다.
대출 보유자 중 최근 1년 내 대출을 중도 상환한 비율은 61.1%(전액 중도 상환 20.6%·일부 중도 상환 40.5%)로 절반을 넘었다.
연구소는 "최근 2∼3년 전만 해도 '빚투', '영끌'처럼 대출 레버리징을 통한 자산 증식이 성행했으나 올해는 투자보다 대출 상환을 먼저 고려하는 디레버리징 의향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 보고서 작성을 위해 지난해 7월 5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