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지난해 4분기 전국 아파트의 절반가량이 전 분기 실거래가보다 낮게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 말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6억∼9억원) 대출 중단 이후 매수세가 위축되고 급매물만 거래된 탓이다.
16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작년 4분기의 거래가격이 3분기보다 낮은 경우는 전체의 49.6%에 달했다. 이는 동일 아파트, 동일 주택형에서 비교 기간 내 각각 1건 이상씩 거래가 발생한 2만3871건의 실거래가를 비교한 결과다.
지난해 초 대대적인 규제지역 해제와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등으로 9개월 연속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 중단과 집값 고점 우려 확산,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10월 이후 상황은 바뀌었다.
한국부동산원이 전날 공개한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지난해 10월 0.22% 하락했고, 11월(-0.75%)에도 약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지난해 11월 실거래가지수 하락 폭이 -1.81%로, 10월(-0.09%)보다 커졌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주택시장은 매수세 위축으로 시세보다 거래가를 크게 낮춘 급매물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다"며 "태영건설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진 점도 매수 심리를 위축시킨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까지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서울의 경우 4분기 거래의 52.6%가 3분기보다 낮은 하락거래였다. 광역 시도 가운데 세종(54.5%)에 이어 두 번째로 하락거래 비중이 크다. 경기(51.3%)와 인천(52.5%) 역시 3분기 대비 4분기 하락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면서 수도권 전체적으로는 하락거래가 51.8%를 차지했다.
서울 구별로는 도봉구(70.7%), 강북구(66.7%), 노원구(59.2%) 등 일명 30대 '영끌족' 유입이 많은 '노도강' 지역의 하락거래가 두드러져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중단의 타격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도봉구 방학동 청구아파트 전용면적 84.97㎡는 작년 9월 최고 5억9900만원에 팔렸으나, 작년 12월에는 이보다 9000만원 이상 하락한 5억3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노원구 상계동 보람2단지 전용 68.99㎡는 작년 8월 말 6억1500만원에 거래됐으나, 10월에는 5억9500만원, 12월에는 5억7500만원으로 매매가격이 하락했다. 또 작년 8월 3억7950만원에 거래된 상계동 벽산아파트 전용 43.35㎡의 10월 실거래가는 3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이밖에 동작구(64.2%)와 금천구(63.9%), 종로구(60.9%) 등도 하락거래 비중이 60%를 넘었다.
강남권은 송파구의 하락거래가 51.2%로 과반을 차지했고, 서초구(49.3%)도 하락거래 비중이 상승거래(43.3%)보다 컸다. 이에 비해 강남구, 관악구, 양천구는 상승거래 비중이 하락거래보다 컸다.
다만 작년 10월 이후 가격 하락에도 본격적인 거래 회복 전인 2022년 말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금액에 팔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4분기 거래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를 2022년 4분기 거래와 비교한 결과, 상승거래 비중이 71.0%(하락거래 26.5%)에 달했다.
수도권 전체로는 56.5%, 전국은 48.8%가 상승거래로, 각각 하락거래(40.0%, 47.7%)보다 많았다. 실제 지난해 4분기에 거래된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격은 10억3790만원으로, 2022년 4분기 평균 실거래가 9억5228만원(동일 아파트·주택형 기준)보다 9%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도 작년 4분기 기준 평균 실거래가가 3억3186만원으로, 전년도 4분기 3억2289만원보다 2.78%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