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결과, 이미 선반영···주 후반 발표되는 고용지표에 '주목'
예상밴드 1300~1350원···증시와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 등 변수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의 강세가 재개됐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후퇴한 조기인하 기대감 등에 달러 강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침체 우려에 기반한 위안화 약세도 영향을 비쳤다.
이번 주 원·달러 환율(1월 29일~2월 2일)은 제한적 상승세를 보이며, 1330원대 중후반에서 등락할 전망이다. 견조한 미 경제지표와 아시아 증시 약세는 여전히 환율 상방압력으로 작용하지만, 월말 네고 물량 등 수급에 따라 상단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2.2원 오른 달러당 1338.5원에 개장했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1333.2원으로 출발해 1336.3원으로 상승 마감했으며, 전반적으로 좁은 박스권에서 등락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번주 외환시장의 주요 키워드는 경계감으로 요약된다. 우선 30~31일(현지시간) 1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라는 대형 이벤트가 개최된다.
해당 회의 결과는 동결이 유력해 보이지만, 주목할 점은 연준과 제롬 파월 의장의 메시지다. 성명문이나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와 관련된 단서나 시점 등이 언급될 경우 달러가 약세로 전환될 수 있다.
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통화정책에 주로 참고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물가 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 헤드라인 PCE 물가 상승률은 예상치(2.6%)에 부합했지만,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은 지난 2021년 3월(1.8%)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현재 시장내 조기인하 기대감은 크게 후퇴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에 반영된 3월 조기 인하 가능성은 46.7%로, 동결 가능성(51.8%)보다 낮다. 유력한 인하 시점은 오는 5월(48.4%)이다.
조기인하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국채금리도 오름세를 보였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금리는 지난 13일 4.145%대까지 하락했지만 현재 4.341%까지 상승한 상태다. 특히 10년물의 경우 13일 3%대로 하락했지만, 현재 4.142%까지 올라왔다. 이 같은 국채금리 오름세에 달러인덱스는 103.35선까지 상승한 상태다.
미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강달러 흐름에 무게를 싣는다. 미국의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3.3%)가, 시장 예상치(2%)를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이번주 발표되는 경제지표도 주목할 만하다. 다음달 2일 미 공급관리자협회(ISM)는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를 발표한다. 시장 예상치는 전월과 같은 47.4을 예상하고 있다.
또한 31일 예정된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고용보고서에서는 민간고용이 작년 12월 16만4000명에서 이달 14만3000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다음달 2일 발표되는 미 1월 비농업 고용지표는 전월(21만6000명) 대비 크게 감소한 17만7000명을 예상된다. 둔화된 고용은 약달러를 지지하지만, 해당 결과가 예상치를 웃돌 경우 강달러 재료로도 소화될 수 있다.
여기에 중국 경기 침체 우려 역시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3개월째 중국 민간소비가 역성장을 기록한데다, 중국 증시가 최근 몇년새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지난주 지급준비율을 인하하고 대규모 부양책을 검토하는 강수에 나섰다. 그럼에도 이날 CSI300 지수와 홍콩 항셍지수의 하락이 재개됐으며, 역외시장에서 위안화는 달러당 7.177위안까지 절하됐다. 해당 부양책의 실효성과 미중 갈등에 대한 우려 등이 위안화 강세를 제한했다는 진단이다.
종합하면 1월 FOMC 앞두고 견조한 미 경제지표에 조기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국채금리와 달러가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 경기침체 우려는 동조화가 강한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이번주 환율은 FOMC 결과를 대기하며, 제한적인 강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증시 부진 등의 여파로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수급적으로 중공업을 위주로 한 네고물량이 상단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밴드는 1300~1350원이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 : 1315~1350원
이번주 환율은 FOMC 경계감에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이다, 파월 의장 발언과 미국 고용지표에 방향성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세로 인한 연준 금리 인하 전망과 중국 증시 부양책 기대감에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자신감을 확인하며, 위험자산에 긍정적 영향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하단은 지지될 것으로 보인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 : 1290~1370원
이번 FOMC 결과는 현재 달러 강세에 이미 반영됐다고 본다. 서프라이즈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 FOMC 결과에 따라 일부 되돌림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번주 발표되는 고용지표에 대한 경계감은 유효하다. 최근 당국 개입이 나오고서 환율이 위쪽으로 제한되는 그림이 나온다. 중국 부양 기대감이 제한되면서 위안화 강세폭도 크지않다는 점 역시 보합권 움직임을 지지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 1300~1350원
이번주는 관망모드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의 발언 내용도 중요하지만, FOMC와 고용지표 발표 이후 미국채 금리 흐름이 달러화 흐름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발표 이후 10년물 금리가 4.2%를 돌파할지 혹은 하향 안정화될지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럴당 78달러 수준까지 상승한 국제유가가 80달러를 넘어설지 하향 안정될지도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변수다. 국내 주가 변동성도 여전히 환율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