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사 중 롯데건설, 가장 많은 2.2만가구···"연초 계획은 기대치일 뿐"
PF 부실‧경기 침체 지속에 미분양 우려···강남 등 주요 입지 우선 공급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의 우려 속에서 10대 건설사들이 올해 공격적인 주택 공급 목표를 세웠다. 특히 지난해 공급 실적이 부진했던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올해 분양 물량을 대폭으로 늘려 잡았다. 서울 강남권 단지 등 주요 입지를 중심으로 그간 미뤄 온 분양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올해 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은 만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30일 서울파이낸스가 시공평가능력 상위 10대 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호반건설)의 2022‧2023년 주택공급(조합원공급·일반분양) 실적 및 2024년 공급 계획을 집계한 결과, 올해 10개 건설사에선 총 13만6516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지난해 분양된 9만9095가구보다 37.8% 증가한 물량이다.
10대 건설사 가운데 물량 증가 폭이 가장 큰 곳은 SK에코플랜트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올해 계획 물량은 7102가구로, 지난해 분양 실적보다 398% 늘린 물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물량 자체는 1만가구 수준인 다른 건설사보다 낮지만 지난해 분양 실적이 전년 대비 77% 급감한 1427가구에 불과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증가 폭이 컸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연간으로 보면 보통 4~5개 단지, 4000~6000가구 사이에서 공급하는데 2022년 여러 상황이 맞물리며 6321가구로 공급이 예년보다 많았던 반면, 작년에는 분양 환경 악화로 공급이 많이 줄어 물량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분양시장 한파로 공급 실적이 전년보다 69%나 줄어 8435가구 분양에 그쳤던 현대건설은 올해 2만541가구를 공급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144% 늘어난 것으로, 10개 건설사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물량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연간 공급 물량은 2만가구 수준인데 지난해는 경기 악화에 따라 시행사나 조합에서 분양을 미무며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공급 계획 물량을 가장 많이 잡은 곳은 롯데건설이다. 지난해 1만3082가구를 공급하며, 삼성물산과 유이하게 전년 대비 물량이 7% 늘어난 롯데건설은 올해 2만2299가구(전년 대비 70% 증가)를 공급한다. 지난해 5247가구를 공급, 전년(4043가구) 대비 물량이 30% 늘어난 삼성물산의 경우 올해는 7273가구로, 전년 대비 39% 많은 물량을 분양한다.
지난해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며 대부분 건설사가 분양 계획을 미룬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인 2만2000가구를 공급한 GS건설은 올해 총 1만9000가구 분양을 계획했다. GS건설의 경우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전년 실적 대비 보수적으로 계획을 잡았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경기 호황으로 분양 실적이 3만가구에 근접할 정도로 좋았기 때문에 지난해 10개 사 중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했어도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면서 "통상 연간 2만 가구 수준을 공급해 왔기 때문에 올해도 그 정도 수준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대우건설(1만6000가구), 포스코이앤씨(1만5801가구), 현대엔지니어링(1만1426가구) 등은 올해 1만 가구 이상 분양을 계획했다. 이 건설사들의 지난해 공급 실적을 보면 1만5540가구(전년 대비 12%↓), 1만1696가구(39%↓), 6077가구(6%↓)로, 모두 2022년보다 감소한 만큼 올해는 공급 물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공급 실적과 비교하면 각각 3%, 35%, 88% 많다. 연간 9000가구 수준을 공급해 온 DL이앤씨는 올해도 9016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다만 공급 계획 물량이 실제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건설사들은 연초부터 불거진 태영건설 워크아웃 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 2022년 말부터 본격화된 분양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며 올해도 시장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연초에는 건설사 모두 기대치를 가지고 분양 계획을 잡기 때문에 실적으로 이어진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지난 몇 개년 실적을 들여다보니 보통 연간 계획의 절반 정도가 실제 공급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지표로 확인해 봐도 분양 경기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발표한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분양 물량은 19만2425호로 전년보다 33.1% 줄어든 반면, 작년 12월 말 기준 누적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2489가구로 전월보다 7.9%(4564가구) 늘면서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1만857가구로 전월보다 3.7%(392가구) 증가해 3개월 연속 1만가구를 넘겼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금융비용 등에 따라 마냥 사업을 지체할 수 없는 건설사들은 신규 분양보다는 지난해 미뤄왔던 물량이나 서울‧수도권 등 주요 입지를 중심으로 분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실제 올 1분기 서울에 예정된 일반분양 물량은 153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배가량 많다. 이 가운데 지난해 큰 인기를 이어갔던 '강동구'를 비롯해 공급이 없었던 '서초구' 등 강남권 공급이 대거 예정돼 있다.
다른 건설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을 계획한 삼성물산의 경우 대부분 물량이 강남 3구에 집중됐다.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3월·일반 292가구), 방배 래미안 원페를라(5월·일반 470가구), 도곡 래미안 레벤투스(5월·일반 133가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6월·일반 592가구)가 대기 중이다. 롯데건설은 상반기 중 청담 삼익아파트를 재건축한 청담 르엘 149가구, 송파구 잠실 르엘 200여가구 일반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강남 3구 중 3월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일반 76가구)와 11월 디에이치 방배(일반 1251가구), 현대엔지니어링은 9월에 신반포22차아파트(일반 132가구), 포스코이앤씨는 12월에 신반포21차아파트(일반 251가구) 분양 계획을 잡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시장 전반이 어렵긴 하지만 마냥 분양을 미룰 수 없고 지역마다 분위기도 다른 만큼 사업성이 좋은 서울이나 수도권 등 주요 입지 또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공급도 움직일 것으로 본다"면서 "1분기의 경우 서울에서도 불패로 여겨지는 강남권 물량들이 대거 풀려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