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부진에 금융지주 중 '5위'···우리금융 순익 격차 2824억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지난해 2조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음에도 유가증권 운용이익 개선 등 비이자이익 증가에 힘입어 전년도 수준의 순이익 규모를 유지했다. 다만 비이자이익과 달리 전통적인 핵심 수익원이던 이자이익은 전년보다 10%가량 쪼그라들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NH농협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조2343억원으로 전년 대비 0.2% 증가했다고 16일 밝혔다. 농업과 농촌 지원을 위한 농업지원사업비(4927억원)를 감안한 순이익은 2조5774억원으로 집계됐다.
농협금융의 손실흡수능력 제고에도 전년도 수준의 순이익 규모를 유지한 것은 강세를 보인 비이자이익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비이자이익은 1조6859억원으로 전년보다 156.3% 증가했다.
특히 연초 대비 주가 상승 등으로 유가증권 운용 손익은 1조4478억원으로 전년보다 245.6%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수수료 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7% 늘어난 1조6422억원을 기록했다.
비은행 계열사도 전년 수준의 손익을 실현하는 데 한몫했다. NH투자증권의 순이익은 5564억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83.4% 증가했다. 일회성 비용 인식과 충당금 이슈로 전반적인 증권업계에 대한 실적 기대치가 낮아진 상황에서도 실적 개선을 이뤘다는 평가다.
보험계열사인 NH농협손해보험의 순이익도 같은 기간 1453억원을 기록, 전년과 견줘 26.7% 성장했다. 다만 NH농협생명은 181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순이익 규모가 16.3% 줄었다.
비은행부문의 그룹 당기순이익 기여도는 27.4%로 전년에 비해 0.4%포인트(p) 확대됐다. 순이익으로 따지면 6737억원이었으며, 비은행 부문 중 보험(13.3%)과 증권(12.2%)의 순이익 기여도가 컸다.
비이자이익과 달리 금융지주의 핵심 수익원으로 여겨지는 이자이익은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이자이익은 8조5441억원으로 전년보다 10.6% 뒷걸음질했는데,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2분기 2조1768억원에서 3분기 2조1488억원으로 주춤하다가 4분기 2조1888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안정적인 미래손실흡수능력을 위해 충당금 적립 기준을 보수적으로 적용한 만큼, 충당금 규모는 대폭 늘었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충당금 추가 적립 등으로 작년 말 기준 신용손실 충당금전입액은 전년보다 1조3198억원 늘어난 2조1018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202.12%를 보였다.
농협금융 측은 "보험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분을 제외하면 실질 이자이익은 전년대비 7.8%(7481억원) 증가한 수준"이라며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손실 흡수 능력 제고에도 비이자이익 증가에 힘입어 전년 수준의 손익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순이익은 1조7805억원으로 전년보다 3.63% 증가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모두 전년보다 성장한 가운데, 이자이익은 11.9% 증가한 7조7616억원이었다.
농협은행의 경우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1조137억원 증가한 1조6843억원, 대손충당금적립률은 282.27%다.
한편,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작년 순이익은 17조2025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감소했다. 이들 지주 가운데 KB금융과 농협금융만 실적이 성장했다. KB금융이 1년 만에 1위를 되찾았으며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농협금융 순으로 순이익이 많았다.
앞서 농협금융은 작년 상반기 누적 1조7058억원의 순이익으로 지주설립 후 반기 최대 실적을 달성, 우리금융을 앞지르기도 했으나 하반기 부진 탓에 5위로 자리했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의 작년 순이익 격차는 2824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