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으로 '고령층 특화 점포' 신설···접근성 제고·실버 마케팅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비대면 거래 중심의 디지털 전환 흐름이 빨라지면서 은행 오프라인 점포가 축소되고 있다. 금융 당국의 압박으로 통폐합 속도는 더뎌졌지만, 비용 효율화 등 측면에서 은행들이 기존 점포 수를 유지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위한 업계의 노력은 강화되는 추세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설을 정비하는 것인데, 고령화로 노년층 고객 잡기에 나선 곳들의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고령층 특화 점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감독원 등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국내 영업점포(지점·출장소 포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2824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891곳)과 비교하면 67곳 줄었다.
4대 은행의 점포 수는 2019년(3525)엔 38곳 줄어드는 데 그쳤다면, 2020년(3303곳)은 222곳, 2021년(3079곳) 224곳, 2022년(2883곳) 196곳 감소했다. 매년 200곳 안팎의 점포가 문을 닫은 셈이다.
최근엔 국민은행이 서울역환전센터 등 세 곳의 문을 닫았고, 신한은행은 구로역점 등 네 곳을 통합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내달 4일까지 강남역·양재역점 등 11곳을 추가 통폐합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결정된 점포 폐쇄 계획이 아직 없는 상태다.
은행 영업점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거래가 확산한 데다 은행권의 비용 효율화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로 주요 은행에서의 비대면 거래 비중은 80~90% 수준까지 올랐다. 신용대출만 보면 우리은행에서 지난해 비대면으로 이뤄진 건수(신규 좌수) 기준 79.5%로 집계됐으며, 하나은행의 신용대출 중 비대면 거래 비중은 지난해 95.4%에 달했다. 10건 중 8~9건이 비대면 가입이라는 의미다.
은행권은 비대면화와 비용 효율화 등 측면에서 점포 슬림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의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 등의 효과로 업계 전반의 통폐합 속도가 이전에 비해 느려지긴 했지만, 점포 폐쇄 흐름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대다수의 시각이다.
대신 이 과정에서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병행하는 곳도 눈에 띈다. 은행들이 신설하고 있는 고령층 특화 점포가 대표적이다. 기존 고객의 금융 접근성을 유지하면서도 최근 빠르게 늘어나는 노년층 고객을 잡으려는 이른바 '실버 마케팅'의 일환이다.
현재 4대 은행은 고령층이 은행 업무를 쉽게 볼 수 있도록 특화 점포를 운영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은행 점포처럼 꾸민 대형 밴 'KB 시니어라운지'를 통해 매주 서울 중랑·구로·은평·노원·강서구의 노인 복지관을 방문하고 있다.
앞서 신한은행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에서 '디지털 맞춤 영업점'을, 우리은행은 서울 동소문로점 등 지점에서 '시니어플러스 영업점'을 선보인 바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최근 경기도 고양시 탄현역 출장소를 중·장년층을 위한 '시니어 특화 점포'로 꾸며 이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령층을 위한 곳은 색상 유도선 등 어르신을 위한 공간으로 개조한 게 특징으로, 휴식 및 대기공간도 기존 영업점보다 여유롭게 조성되고 있다"며 "이런 방안들이 좋은 호응을 끌어 낸다면 기존 영업점포를 활용해 추가 신설 등을 추진하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