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디스인플레와 美 조기인하 기대감 약화 원인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9회 연속 동결했다.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목표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데다, 국제유가 등 불확실성이 잔존했기 때문이다.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은 금통위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2월 이후 9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이번 동결결정은 시장 전망과도 부합한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전원이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이에 대해 금투협 관계자는 "1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개시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예상에 만장일치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미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 근원 CPI는 3.9%씩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2.9%, 3.8%)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알려진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 대비 0.3%, 근원 PPI는 0.5%씩 상승하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태다.
이에 시장내 확산됐던 조기인하 기대감은 크게 위축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관계자의 93.5%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월 동결 가능성도 70.4%에 달한다. 현재 시장이 예상한 금리 인하(-25bp) 시점은 6월(54%)이며, 금통위 역시 서둘러 금리를 인하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진단이다.
견조한 물가상승률 역시 긴축을 유지한 배경이다. 지난달 국내 물가상승률은 2.8%로, 작년 7월 이후 반년 만에 2%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농산물 물가가 한달새 5.6%나 증가했으며,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 등으로 추후 물가가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물가 둔화 흐름에도 2월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은 3%로 전월 수준을 유지했고, 물가전망지수(144)는 소폭(1p) 상승했다.
여기에 가계부채 역시 한은이 조기금리 인하를 고심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실제로 작년 말 기준 가계신용(가계대출+미결제 카드 사용액) 잔액(1천886조4000억원)도 직전 분기(1878조3000억원)보다 0.4%(8조원) 늘어 역대 최대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조적 물가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목표 수준을 상회한다"며 "물가 둔화 속도와 미국 등 대외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은 만큼, 현재의 긴축적 환경을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