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TBT 1% 증가시 중소 수출기업 수 0.22% 감소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최근 글로벌 주요국들이 무역기술장벽(TBT)을 높이면서 우리나라 중소기업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신상호 한국은행 국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과 장용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는 '수출대상국의 TBT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 : 수출의 내·외연적 한계와 산업 특성에 따른 비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진단했다.
최근 통상 이슈는 기술표준, 안전, 위생, 환경, 안보강화 등 비관세 조치에 집중됐으며, 이 중 TBT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해외 TBT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2015∼2019년 중 우리나라 제조업 내 7개 산업을 대상으로 산업 수준의 패널회귀분석을 실시했다.
먼저 TBT 증가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기업당 수출금액(내연적 한계)과 산업별 수출기업 수(외연적 한계)로 구분했다. 또한 산업별 자본축적,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에 따른 TBT의 수출에 대한 영향력 차이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해외 TBT가 1% 증가할 때 수출기업 숫자를 줄여 외연적 한계를 최대 0.22% 감소시켰다. 반면 내연적 한계인 수출금액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TBT 증가가 추가 비용을 발생시켜 해당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소규모 기업의 퇴장을 촉진하고 신규 진입을 억제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우리나라 수출은 비용흡수 능력이 높은 대기업에 집중돼 있어, 수출금액에는 큰 타격이 없었다는 해석이다.
또한 자본축적,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이 높은 전기·전자·기계 제조업, 비금속광물·금속제품 제조업 등은 TBT의 부정적 영향을 적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영향력 완화 효과는 주로 외연적 한계에서 나타났으며, 내연적 한계에서는 그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보고서를 작성한 신상호 부연구위원은 TBT 현안 해결을 위해 다자적 차원에서 WTO에서의 현안 제기나 소송, 양자적 차원에서 상호인정협정과 같은 무역 협상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시장경쟁력을 강화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2010년 이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OECD 36개 국가 중 최하위권(2022년 기준 33위)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해외 TBT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서라도 우리 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신 부연구위원은 "생산성이 낮은 산업이나 기업이 해외 TBT로 인해 수출시장에서 도태되거나 신규 시장진출을 포기하지 않도록, 정부는 자본투자와 R&D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의 제공과 산업 분야별 특화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