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비용·충당금 증가 '이중고'에···저축銀, 9년 만에 적자
조달비용·충당금 증가 '이중고'에···저축銀, 9년 만에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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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559억원 당기순손실···2014년 6월 이후 처음
연체율 6.55%···전년 말 대비 3.14%포인트 상승
금감원 "손실흡수능력 제고·건전성 관리 지속"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저축은행 업권이 지난해 5559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최근 줄곧 흑자를 내왔던 업권의 적자 전환은 2014년 6월 이후 9년여 만이다. 고금리로 조달비용 부담도 늘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충당금 적립 영향이 컸다.

상호금융조합도 순이익이 줄며 실적이 악화하긴 마찬가지다. 금융 당국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연체율 등을 두고 경제가 정상궤도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현상이라고 보면서도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죄기로 했다.

2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조합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1조5622억원) 대비 2조1181억원(135.6%) 감소해 5559억원의 당기순손실(적자 전환)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업권이 연간 기준으로 적자를 낸 것은 지난 2014년 6월(당시 회계 마감일 기준) 이후 처음이다.

◇수익 줄고, 연체 늘고···4분기 적자폭 확대

업권이 적자를 낸 주된 원인은 이자손익 감소에다 대손비용 증가 때문이다. 지난해 이자손익은 5조3993억원으로, 조달비용 증가 등에 따라 1년 전(6조7404억원)보다 1조3411억원(19.9%) 줄었다. 반대로 대손비용은 2조5731억원에서 3조8731억원으로 1조3000억원(50.5%) 늘었다. 부동산 PF대출 관련 선제적 대손충당금 적립 등에 따른 결과다.

특히 부동산 PF대출 미래 예상 손실 등에 대비한 충당금 추가 적립으로 4분기 적자폭이 확대됐다. 저축은행 업권의 분기별 순손실은 1분기 527억원에서 2분기 432억원, 3분기 446억원을 기록한 후 4분기 4154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자산건전성 지표인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도 모두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은 6.55%로 전년말(3.41%) 대비 3.14%포인트(p)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년 말보다 0.27%p 오른 5.01%를, 기업대출은 5.12%p 뛴 8.02%를 각각 기록했다.

주로 금융 취약층에게 돈을 빌려주는 저축은행 특성상 금리가 오르는 시기엔 연체율이 오르고,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72%로 전년 말과 견줘 3.64%p 상승했다. 다만 감독규정상 요적립액 대비 충당금적립률은 113.9%로 전년 말 대비 0.5%p 상승하는 등 모든 저축은행이 규제비율(100%)을 상회했다.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년 전보다 1.20%p 오른 14.35%였다. 규제비율(7%, 자산 1조원 이상은 8%)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한 셈이다. 이는 대출 감소에 따라 위험가중자산이 감소한 반면, 자본확충 등으로 자기자본은 증가한 데 기인한다.

총자산은 지난해 말 126조6000억원으로, 고금리 지속·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기업대출 위주로 대출자산이 감소하면서 전년 말과 비교해 12조원(8.7%) 쪼그라들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국내 경기 부진에···상호금융조합 당기순익도 11.3%↓

저축은행 업권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농협, 신협 등 상호금융조합의 실적도 악화했다. 상호금융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407억원으로, 전년(3조1276억원) 대비 1조869억원(34.8%) 감소했다.

부문별로 보면 신용사업부문(금융)의 순이익(5조6669억원)은 대손비용 증가, 순이자마진 감소 등으로 전년(6조20억원) 대비 3351억원(5.6%) 감소했으며, 경제사업부문은 국내 경기 부진 등으로 2022년 2조8744억원에서 작년 3조6262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조합별로는 농협의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11.3% 감소한 2조35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신협의 당기순이익은 95.6% 줄어든 251억원, 산림조합은 57.5% 감소한 390억원으로 집계됐다. 수협의 경우 134.9% 줄어든 591억원의 손실을 냈다. 

상호금융조합의 연체율은 2.97%로 전년 말 대비 1.45%p 상승했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연체율이 나란히 올랐는데, 각각 0.62%p, 2.08%p 뛴 1.53%, 4.31%였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41%로 전년 말 대비 1.57%p 상승했고,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28.7%로 11.3%p 하락했으나 요적립률(100%)을 여전히 상회하는 수준을 나타냈다. 총자산은 작년 말 726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38조6000억원(5.6%) 증가했다.

◇건전성 우려↑···당국 "연체채권 정리 등 건전성 관리 강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조합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우려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조달비용 상승 여파와 대손충당금을 늘린 영향이라지만,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당국은 일단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저축은행의 적자 규모 확대는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한 데 기인하는 데다 전반적으로 상승한 연체율 역시 과거 위기 때와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고, 연체채권을 정리하는 등 건전성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말 연체율은 고금리 및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이 약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상승했다"며 "이런 연체율 상승은 코로나 위기이후 금리 인상, 자산 가격 조정 등 경제가 정상궤도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 업권 모두 자본비율이 규제비율을 크게 상회하는 등 손실흡수능력은 양호한 수준"이라면서 "영업실적은 예금금리 안정화 등으로 전년보다 다소 개선될 가능성도 있지만, 경·공매, 캠코 및 자체 PF펀드 등을 통한 재구조화 등 다양한 방식의 매각, 채무 재조정 등을 통해 연체채권을 정리하는 등 건전성 관리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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