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상각 늘었지만···"은행 부실채권 선호도 높아"
"부실채권 관리 속 NPL 시장 점검 병행돼야"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지난해 고금리·경기회복 지연 등의 여파로 국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규모가 15조원 넘게 급증했다.
이에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상각 규모도 44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우량한 은행의 부실채권 선호도가 높아져 비은행권 부실우려가 확대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28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2024년 3월)'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NPL) 규모가 43조7000억원으로, 일년새 55%(15조5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이 중 은행의 부실채권은 2022년말 10조1000억원에서 2023년말 12조5000억원으로 23.8% 증가에 그쳤지만, 비은행은 해당 기간 18조원에서 31조2000억원으로 73.4%나 급증했다.
이 때문에 NPL의 매·상각 규모도 2022년중 13조4000억원에서 2023년중 24조3000억원으로 10조9000억원이나 확대됐다. 이 중 은행의 부실채권 매·상각 규모는 9조1000억원, 비은행권은 15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3.6%, 74.4%씩 증가했다.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도 지난해에 신규 부실채권이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은행의 경우 부실채권 정리에 보다 적극적이다. 실제 은행의 부실채권 대비 매각비율은 2020~2022년 평균 13.8%에서 지난해 22.8%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부실채권 매·상각으로 하락한 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만 0.35%p(상각 -0.16%p, 매각 –0.19%p)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금융기관들은 적극적으로 부실채권을 매·상각하며 자산건전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NPL전문투자회사들이 은행권의 선순위 우량담보부 대출채권을 선호해, 비은행 부실채권 매각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2023년중 NPL전문투자회사는 은행 담보부 부실채권 위주로 5조2000억원을 매입(미상환원금잔액 기준)했다. 이 과정에서 NPL전문투자회사의 레버리지배율이 2022년말 2.52배에서 2023년 9월말 3.44배로 높아졌고, 이는 비은행권 부실채권에 대한 투자여력 축소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또한 최근 금융기관 전반의 부실채권이 증가한 가운데,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한은은 금융기관이 부실채권 관리 노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함께 NPL 시장이 적절히 기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기관은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과도하게 악화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NPL전문투자회사의 담보부 부실채권 선호현상을 완화해, 신용리스크가 증대된 상황에서 비은행을 포함한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과정에서 개인 연체자에 대한 과도한 추심을 유발하지 않도록, 소비자보호 문제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