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현재→미래' 연속성 부재···GBC에 첫 박물관
도요타, 폭스바겐 등 박물관 통해 과거 알리기 적극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지난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도한 선두 업체 3곳 가운데 현대자동차·기아만 유일하게 박물관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를 통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과거의 유산을 되돌아볼 공간 마련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과거의 유산을 집중 조명하는 판촉 활동을 대거 전개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이탈리아 코모까지 날아가 브랜드 첫 콘셉트카 포니 쿠페를 재조명하며 거센 전동화 흐름 속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기아는 같은 해 9월 서울 강남 소재 브랜드 체험 공간 기아360에 T600과 브리사를 전시, 과거를 되새기고 발판 삼아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과거의 유산이 미래의 혁신과 융합될 때 차별화를 둘 수 있다. 시장에 남다른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앞으로 다양한 헤리티지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현대차·기아의 이러한 활동에 대해 취지는 좋으나, 긴 호흡을 갖고 갈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알리고자 하는 내용을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과거부터 박물관을 짓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대지 마련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대신 조성한 것이 '현대모터스튜디오'라는 브랜드 체험 공간인데, 안타깝게도 볼거리가 없다는 평이 대다수"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브랜드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성장했는지, 앞으로의 방향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콘텐츠가 부재하기에 이러한 평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포니를 전시하는 등 나름의 노력은 하고 있지만, 포니가 현대차 역사의 전부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비상설이기 때문에 연속성이 없다. 이건 기아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날을 돌아봄으로써 나아가야 할 방향을 되짚고,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도전과 혁신, 영감의 원천을 찾는다고 하는데, 이를 소비자들과 공유할 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은 현대차·기아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명품을 지향하면서도 제작 과정이라든지 자랑할 만한 이야깃거리를 알리는 데 소홀하다. 그런 브랜드는 명품이 될 수 없다"며 "BMW, 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이 왜 박물관을 운영하며 자신들만의 이야깃거리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데 적극적인지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현대차·기아의 박물관 개관이 준비 중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장소는 현대차그룹이 현재 서울 강남에 조성 중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유력하다.
이에 대해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GBC 설계 변경안에 대한 서울시의 인허가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 어떠한 내용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세계 1위 업체 도요타는 본사가 위치한 도요타시를 중심으로 △도요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는 '도요타 회관' △도요타 창업주의 일생을 되돌아보는 '도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 △도요타가 시작된 장소를 기념하는 '도요타 산업 기술 기념관' △도요타 과거 모델은 물론, 해외 유명 모델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도요타 박물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2위 업체인 폭스바겐은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에 그룹 내 전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는 '아우토슈타드'와 폭스바겐 브랜드를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모델을 전시한 '폭스바겐박물관' 등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