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금고, 사업자 대출 절반 이상이 작업대출"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의 '편법대출'과 관련한 발 빠른 검사 지원 등을 두고 '선거 개입' 논란이 이어지자 "문제가 명백한 상황에서 시간을 더 끄는 것이 이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존하는 문제를 신속하게 적발해 문제 제기했다는 것으로 비난을 하는 것은 기관을 운영하는 장으로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이 원장의 입장이다.
이 금감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민생침해 금융범죄 대응·협력 강화를 위한 통신·금융부문 간 업무협약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앞서 금감원과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 4일 대구 수성새마을금고 검사에 대한 중간 결과를 내놨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현장 검사를 나간 지 나흘, 금감원이 중앙회에 검사 인력을 지원한 지 2일 만이다.
중간 검사 결과, 양 후보는 2020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31억2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사면서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렸고, 이를 갚기 위해 양 후보의 딸이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용도 외 유용하는 것은 물론 허위 증빙 제출, 부실 여신심사 등 위법·부당혐의가 다수 드러났다.
일각에선 새마을금고에 대한 직접적인 감독 권한이 없는 금감원이 검사 인력을 지원한 것, 중간 검사 발표가 빠르게 이뤄졌다는 점 등에서 오는 10일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함께 어제 발표한 내용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보자면 마치 보름달이 둥근 것을 가리키는 손가락 탓인 것처럼 말씀하는 것 같다"며 "금감원의 기본적인 기능은 문제를 포착하고 적발하는 것인데, 관찰자를 비난하는 방식은 다소 수긍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검사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른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선 "취임한 후 은행권 횡령 사건, 홍콩 ELS 사태 등 문제가 불거졌을 때 검사를 신속하게 안 한 적이 있었냐"며 "(새마을금고) 검사를 제 의사대로 결정할 수 있었다면 지난주에 검사를 내보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불법이 명백해 보이고 문제가 있는데, 더 기다릴 수도 없지 않으냐"며 "검사와 관련된 전문적인 경험이나 노하우 등을 고려했을 때 2~3일 정도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고, 검사 기간이 그렇게까지 짧은 것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해당 금고의 사업자 대출 중 절반이 넘는 규모가 작업대출이나 불법 부동산 투기용 대출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양 후보 딸의 대출 사례처럼 개인사업자 대출로 돈을 빌린 뒤 부동산 구입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있다는 얘기다.
이 원장은 "해당 금고의 자산 규모가 1200억원, 여신 규모는 700억~800억원 수준인데, 그중에서 200억원이 좀 넘는 정도의 사업자 대출 가운데 절반이 훨씬 넘는 부분이 작업 대출 내지는 불법 부동산 투기용 대출로 판단된다"면서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수사 의뢰를 한다고 알고 있고, 수사기관에 최대한 협조하기 때문에 결론도 금방 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작업 대출이 의심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오는 8일로 예정된 금감원과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공동 검사 대상이나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릴 건 아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