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 속 금리 동결한 금통위 속사정···한발 멀어진 '피봇'(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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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농산물 등 물가 불확실성 확대···동결 불가피
'장기간' 문구 삭제, 소수의견 유지···인하 기대 잔존
첫 인하 시점은 하반기?···"물가 관련 확신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

4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답변한 내용이다. 내수부진 우려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웃돈 데다, 국제유가 등 물가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이 시기상조란 지적이다.

12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0회 연속 금리 동결로, 금통위원 전원의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해당 결정의 핵심 요인은 물가상승률이다. 근원물가의 경우 예상경로에 수렴하고 있는 반면, 올해 1월 2.8%까지 둔화됐던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이 두달째 3.1%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등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앞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채권전문가 98%가 금리동결을 예상했던 만큼, 시장 예상과도 부합한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 넘게 금리가 동결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인하시점에 쏠려 있었다.

◇내수부진 속 금리인하 기대 확대···인하 소수의견 유지

이번 금통위에서도 금리인하에 대한 소수의견이 유지됐다. 이 총재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였지만, 다른 1명은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금통위원 5명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긴축기조를 지속할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반면 다른 1명은 기조적 물가 둔화추세가 예상되며,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경우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기 때문에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3.1%나 감소했으며, 지난달 기준 소비자심리지수도 4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상태다. 이 때문에 한은 '4월 경제상황 평가'에서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재화소비를 중심으로 민간소비 모멘텀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경기보단 물가···불확실성 증대에 긴축기조 유지

다만 이번 동결결정을 보면 한은 금통위는 여전히 경기보다 물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통방문에 따르면 금통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추세적으로 둔화될 전망이지만, 당분간 그 흐름이 매끄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 농산물가격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등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크다.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물가가 전망 경로대로 갈 것이란 확신이 든다면, 금통위원 전원이 하반기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국제유가 등의 이유로 전망경로보다 높아지면 하반기 금리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둔화되고 있는 가계대출 증가세도 변수다. 지난달 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2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다만 해당 감소세는 버팀목·디딤돌 등 정책대출이 주택도시기금 자체 재원으로 공급된 영향으로, 실질적인 대출 규모는 2월과 비슷한 증가세를 유지했다는 평이다.

여기에 총선을 고려하면, 향후 부동산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 부채 증가율이 재차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를 고려하면 시장내 금리인하 기대감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나타난 것은 헤드라인과 근원물가 모두 중요하고, 인상 사이클 대비 자주적인 통화정책 운영이 여력이 커졌다는 점"이라며 "여기에 부진한 내수에도 견조한 수출을 고려하면 대내외 정책환경에 변화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2월보다 복합적인 금통위···금리인하 시점은 하반기?

이번 금통위에 대해 시장에서는 큰 틀은 기존과 변함없지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측면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를 크게 웃돌고 있는데다, 물가경로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이다. 금리인하에 대한 소수의견도 나왔지만, 최소 2분기 중 동결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지난 2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유지됐던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란 문구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란 표현으로 대체되는 등 금리인하에 대한 시그널이 강해진 부분도 있다.

과거 기자간담회에서 언급됐듯 '충분히 장기간'이란 표현은 대략 6개월 정도 시계를 의미한다. 해당 표현이 바뀐 점을 고려하면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은 유효하며, 하반기 중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먼저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시점을 8월과 11월 두차례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그는 "물가와 환율 관련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은 부담이지만, 부진한 내수경기에 기반한 하반기 물가안정 확신이 유입되면 인하 시점이 장기간은 아닐 것"이라며 "미국 통화정책과 물가 불확실성에 의심은 늘었지만, 하반기 인하 기대를 접을 단계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으로 수렴하고 있는 근원물가와 달리, 유가나 농산물 가격에 노출된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의 변동성이 여전히 크다"라며 "다만 주요국 통화정책 차별화 가능성 등의 발언은 반대로 희망을 준다. 5월 경제전망이 예상에 부합한다면 포워드 가이던스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예상보다 물가상승세가 견조할 경우 금리인하가 지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가 꾸준히 언급한 금리인하의 조건은 물가가 2%대로 수렴한다는 확신"이라며 "물가 둔화 추세를 고려하면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은 빨라야 8월이다. 나아가 금리인하가 4분기 혹은 내년으로 지연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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