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또 다시 '중동 공포'···친환경 사업 속도낼까?
석화업계, 또 다시 '중동 공포'···친환경 사업 속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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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스라엘 갈등, 대규모 충돌 막았지만 위협 남아
국제유가 상승 따른 원가부담 우려···수익성 악화 우려
재활용·신소재 등 친환경 전환 속도···글로벌 시장 대응
13일(현지시간) 이란 이스라엘 향해 전면 공습 감행.(사진=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이란 이스라엘 향해 전면 공습 감행.(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지난주 이란이 이스라엘에 드론·미사일 공습을 감행하면서 중동 지역에 긴장감이 커진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중동 지역 정세에 불안감이 커지는 만큼 친환경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0.05달러(0.06%) 하락한 배럴당 85.3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6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도 소폭 하락한 배럴당 90.02달러에 거래됐다.

앞서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설 경우 중동 지역에 긴장감이 고조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보복에 나서는 대신 '전쟁은 촉발하지 않으면서 이란에 고통을 주는 방식'을 언급하면서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국제유가도 이 같은 중동 사정이 반영돼 상승세가 다소 사그러들었으나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대(對) 이란 제재 부활 가능성이 남아있고 교전이 발발할 가능성도 남아있어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처럼 국제유가 불안감이 커지면서 석유화학 업계에도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로 유가가 상승한데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최악의 침체기를 맛 본 석유화학 업계에는 지난해 말의 공포가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LG화학은 석유화학 산업의 시황 악화 등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1% 줄어든 2조5292억원을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은 35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68.7%가 줄었다. SK이노베이션과 한화솔루션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롯데케미칼은 원가 개선 효과로 적자 폭을 줄였으나 여전히 적자액이 3332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석유화학 산업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도 커지면서 각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친환경 사업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가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CLX) 화학제품 생산 공장에서 재활용 원료가 적용된 폴리프로필렌 소재 25kg 제품 포장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지오센트릭 관계자가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CLX) 화학제품 생산 공장에서 재활용 원료가 적용된 폴리프로필렌 소재 25kg 제품 포장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LG화학은 전지소재와 친환경소재, 혁신 신약 등을 3대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매출 비중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친환경소재는 재활용, 생분해·바이오, 재생에너지 소재 중심으로 저탄소 비즈니스 리더십을 강화하고 관련 매출도 2022년 1조9000억원에서 2030년 8조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내 21만5000㎡ 부지에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울산ARC'를 조성한다. 2025년에 예정대로 완공되면 2026년부터 매년 32만톤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다. 이는 국내에서 연간 소각되는 폐플라스틱의 10% 수준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전지소재와 모빌리티, 합성수지 등 전 사업영역에 친환경 제품군을 추가하기로 했다. 특히 자회사인 금호미쓰이화학은 바이오 플라스틱 인증을 획득하기 위한 폴리우레탄 시스템을 고객사와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또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 성장에 맞추어 CNT 제품 다변화, 품질 향상에 나서며 CNT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부터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재활용 폴리에틸렌(rPE)'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제품은글로벌 인증기관인 컨트롤 유니온으로부터 국제 재생표준인증(GRS)을 받았다. 한화솔루션은 2027년까지 rPE 1만톤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9월 친환경 소재 브랜드 '에코시드(ECOSEED)'를 선보였다. '에코시드'는 기존 물리적, 화학적으로 재활용한 리사이클 소재(PCR, Post Consumer Recycled)와 바이오플라스틱 소재(Bio-PET, 생분해성플라스틱)를 통합한 브랜드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에코시드' 100만톤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이 같은 친환경 사업 강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탄소감축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석유화학·정유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기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9%로 철강 산업 다음으로 많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직접배출량이 64%, 간접배출량이 3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산업 부문 배출량의 17%에 이른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탄소배출에 따른 규제가 강화되면서 석유화학 업계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탄소 감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정학적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하기 위해 석유 시장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친환경 소재로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앞으로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은 탄소 감축에 달려있다"며 "석유화학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혁신 기술 개발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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