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현대건설, 실적 40% '깜짝 성장'···당면 과제는 산적
[초점] 현대건설, 실적 40% '깜짝 성장'···당면 과제는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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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매출‧영업익, 전년 동분기比 약 42%‧45% 증가
해외 대형프로젝트 본격화···자회사 현대ENG '일등 공신'
앞으로 관건은 외형 대비 더딘 해외 수주, 재무구조 개선
현대건설 계동사옥(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 계동사옥(사진=현대건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현대건설이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사의 연쇄 부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른바 '4월 위기설'까지 도는 최악의 불황 속에서도 '깜짝 실적'을 내면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물가 상승, 고금리, 중동발 정세 불안 등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으로 직면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성장 모멘텀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이 회사 실적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1분기 연결 기준(잠정) 매출 8조5453억원, 영업이익 2509억원, 당기순이익 208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6조311억원, 1735억원) 대비 41.7%, 44.6% 늘어 40%대 성장을 보였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증가율도 38.4%에 달한다.  

이번 호실적은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과 해외사업 부문, 주력 부문 실적 호조 등이 주효했다. 특히 현대건설이 지분 38.6%를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이 숨은 공신 노릇을 했다는 평가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의 1분기 매출액은 4조96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2조4950억원보다 64.1%나 늘었다. 현대건설의 연결기준 매출액 증가분 2조5140억원 가운데 63.7%인 1조6010억원이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나온 것이다.

이 같은 매출 증가는 양사가 함께 수행하는 약 2조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프로젝트(패키지1)가 주효했다. 지난해 말 기준 진행률이 14%에 도달하면서 매출이 본격화했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의 플랜트·전력 매출(9220억원)이 32.1% 증가한 데에도 자푸라 프로젝트가 한 몫 했다. 

이 밖에 △파나마 메트로 3호선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등 해외 대형 프로젝트 및 그룹사 공사 매출 본격화, 주력인 건축·주택 호조 등도 회사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 매출 호조에 힘입어 상승하는 건설공사비지수와 원가율 부담에도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현대건설의 1분기 신규수주 실적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60.3% 증가한 9조5177억원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는데 여기서도 현대엔지니어링의 역할이 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5조6760억원의 신규 수주를 달성해 전체 수주액의 약 60%가량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 밖에 △건축·주택(2조800억원) △플랜트·전력(1조5440억원) △토목(1450억원) 순이었다.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계약식 사진.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왼쪽)과 압둘카림 알감디 아람코 부사장(사진=현대엔지니어링)
2021년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계약식 사진.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왼쪽)과 압둘카림 알감디 아람코 부사장(사진=현대엔지니어링)

때문에 회사가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꾸준히 실적 성장을 이어왔음에도 이번 깜짝 실적이 온전히 현대건설만의 성과라고 보기엔 다소 무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외형 대비 더딘 해외 수주 실적으로 성장 모멘텀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여전히 내수에 치우친 사업 구조, 국내 경기 불황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에 따라 약화한 재무구조 등 당면 과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현재 현대건설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국내 건설업황에 대응해 해외 신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해외 매출은 2021년 6조2309억원에서 2023년 11조9147억원으로 90% 가량 늘었다. 또 당초 7대3까지 벌어졌던 내수 및 해외 매출 비중 역시 지난해 말 기준 6대4 수준으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올해도 북미 계열사 공장 증설, 중동과 동유럽 프로젝트 확대 및 신규 원전 사업 확대 등을 통해 해외 사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회사의 외형 성장세와 비교해 해외수주 성과가 다소 더디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또 해외 수주 실적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이 확산함에 따라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발주처 사정으로 수주가 유력했던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지연 및 취소됐다"며 "다각화된 수주 공정, 지역 기반 다수의 안건을 보유하고 있어 연간 6조원의 해외수주 목표는 달성 가능하다는 설명이지만, 30조원대로 커진 외형을 고려하면 1조원 미만의 해외수주가 주가 모멘텀이 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라고 했다.

또 고금리, 국내 부동산 PF발 자금시장 경색 심화 및 건설경기 악화 상황에서 순현금 규모 회복 및 약 4조원에 달하는 PF우발채무 관리 여부 등 재무구조 개선도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회사는 약 4조원 규모의 브릿지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연말까지 2조원 미만으로 관리할 계획"이라며 "브릿지PF 현장이 전부 서울 현장에 있어 착공 전환에 무리가 없지만 여전히 업계 미분양 우려가 존재하고 분양 환경이 부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별도 기업의 국내외 매출 호조와 북미 관계사 물량을 중심으로 연결기업 매출이 기대 이상 호조를 보였으며, 원전과 해외사업 등 다양한 모멘텀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1분기를 저점으로 순현금 규모가 순조롭게 회복되는지가 앞으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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