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리스크'에 해외수주도 흔들···건설사, 시장다각화 '시동'
'중동發 리스크'에 해외수주도 흔들···건설사, 시장다각화 '시동'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해외수주액 55.2억 달러···'리스크 확산'하는 중동에서만 44%
삼성‧현대‧대우 등, 에너지‧SMR 등 통해 미주‧유럽 시장 진출 모색
플랜트 건설 현장 모습. (사진=픽사베이)
플랜트 건설 현장 모습.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내 건설사 해외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지역에 불안감이 조성되면서 연내 해외수주 400억달러 달성 목표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이에 건설업계는 친환경, 원전 사업을 중심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등으로 수주 다각화를 노리는 모습이다.

28일 해외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총 55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중동 지역에서만 올린 수주액은 24억달러로 전체의 44%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93.3% 증가한 수준으로 다른 지역 대비 증가율이 높았다. 중동에서의 해외 수주 비중은 2022년 29.1%, 2023년 34.3%, 2024년 44%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 건설업계에서 해외수주를 주도하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필두로 해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지역 인프라 건설 사업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중동 내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안보 위험이 커지면서 건설업계에는 중동 이외의 시장 진출이나 개척 등 해외건설 시장 다각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형 건설사들은 중동 지역 이외에도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다양한 시장에서 친환경‧에너지 신사업 기회를 찾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괌, 호주 등 글로벌 시장에서 신재생 에너지 분야 역량을 확대해 온 삼성물산은 올해 태양광 발전 관련 EPC사업 수주 1조원을 목표로 한다. 앞서 삼성물산은 2022년 ‘괌 망길라오 태양광 프로젝트’를 마무리했고, 지난해에는 호주에서 아시아태평양 최대규모 배터리 기반 에너지 저장장치(BESS)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회사는 현재 완공 시 약 150만가구에 전력 공급이 가능한 카타르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또 그린수소와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해서도 개발과 생산, 운송‧저장, 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 과정에서 역량 확보에 나선다. 이와 관련, 연간 100만톤 규모 그린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인 오만 살랄라 지역 대형 수소 생산 사업개발 등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회사는 미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소형모듈원전(SMR), 에너지솔루션, 바이오, 스마트시티, 반도체 등 하이테크 등 분야 신사업도 경쟁력을 높인다. 미국 내 그룹사 반도체 사업과 연계해 하이테크 관련 사업 본격화는 물론, SMR 관련 미국 전문업체 지분투자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는 루마니아에서 글로벌 SMR 기업 ‘뉴스케일’의 기술을 바탕으로 도이체슈티 지역에 위치한 화력발전소를 SMR로 교체하고 오는 2029년부터 운영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축 및 플랜트 등이 강점인 현대건설은 아시아 지역 내에선 대외경제협력기금(ECDF),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등과 연계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싱가포르 등 지역 수행 현장 수익성 확대 △필리핀 남부도시철도 4, 5, 6 공구 수주 기반 시장 영향력 확대 △선진국 (호주 등) PPP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사업 확보 등)를 발굴 및 추진할 계획이다. 

또 미주와 유럽, 아프리카 등 지역에선 △신재생 에너지(태양광 등) 개발사업 참여 및 교통인프라 PPP 사업 참여 확대 △미국 원전 해체, SMR(소형 모듈 원전) 사업 참여 △리비아 발전소 공사 재개 및 시장 재진출 전략 수립 △아프리카 인프라 및 석유화학사업 참여 확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 △폴란드‧루마니아 등 동유럽 지역 공사 참여 등을 추진한다. 

일찌감치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려 온 대우건설은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2022년부터 △나이지리아 △베트남 △필리핀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를 시작으로, 지난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현지 정·재계 인사를 예방하는 등 해외 수주 확대 의지를 보여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나이지리아 카두나 정유시설 긴급 보수공사(한화 약 7255억원), 리비아 패스트트랙 발전 공사(한화 약 1조원), 이라크 알포 컨테이너 터미널 상부시설 연약지반 개량공사(한화 약 1742억원) 등 굵직한 사업을 따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올해는 △리비아 패스트트랙 △모잠비크 LNG 등 플랜트 착공, △체코 원자력 발전 △투르크메니스탄 비료 공장 등 사업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2022년 SMR 사업 진출을 선언한 DL이앤씨는 지난해 1월 미국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X-Energy)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결정, 2000만달러(약 250억원)를 투자해 엑스에너지가 발행하는 전환사채를 인수했다. 또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저장 설비(CCUS) 사업에서도 경쟁력 확대에 나섰다. 2022년 CCUS 및 친환경 수소사업 전문 회사인 카본코(CARBONCO)를 설립하며 탈탄소 사업에 한층 속도를 냈다. 현재 카본코는 남호주 주(洲) 정부부터 울진군, GE가스파워, 사우디아라비아 해수 담수청, 베트남 하노이광업지질대학교 등과 CCUS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GS건설이나 현대엔지니어링 등도 해외 수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사업을 이미 선제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종합건설사로서 사업 포트폴리오 분산을 위해 플랜트‧인프라 등 분야 해외사업 담당 조직을 마련해 운영 중이며, 각 조직에서 전략적으로 시장과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라면서 "중동을 비롯해, 베트남‧싱가폴등 아시아, 호주, 유럽 등에서 플랜트,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도 "최근 중동에서 수주한 건이 많았지만, 중동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 사업을 이미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면서 “선제적으로 해외수주 다각화 차원에서 동남아나 유럽, 미국 등 시장을 뚫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개도국이나 중동 지역 등 수요가 크고 발주 사업이 많은 지역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문제가 있는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선진 시장의 경우, 자국 기업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신시장 개척에 어려움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관련 대책을 모색하고 정부 차원에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오세아니아, 유럽, 미국, 중국, 러시아 선진국가들은 대부분 자국 건설사를 쓰려고 하다보니까 산업 특성상 진입 자체가 어려움이 많다"면서 "해외 수주 다각화 및 향후 해외건설의 성장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이와 관련해 국가별 대응 전략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이고,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