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등 16개 단지 동시 재건축 진행 중···"가격 상승 기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실거주로 수요 한정···체감은 X"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곧 계약 진행 일정이 있어서 (대화 나눌) 시간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23일 오후 기자가 찾은 서울 여의도 아파트 일대 공인중개소들은 손님 맞이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는 이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에도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먼저 방문한 삼부아파트 1문 인근 A중개소의 직원들은 계속되는 거래 문의 전화와 계약 진행으로 되고 있어 로 제대로된 응대를 받을 수 없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삼부아파트(전용135㎡)는 지난달 17일 29억원에 손바뀜 되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6월 같은 면적이 25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1년여 만에 3억5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같은 달 10일과 29일 여의도동 미성아파트 101㎡와 공작아파트 전용 125㎡도 각각 21억원, 26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하며 새 주인을 찾았다. 이달 7일에는 대교아파트 전용 133㎡가 25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11월 기록한 같은 면적 최고가(25억원)와 같은 가격에 거래됐다.
고금리에 고공 행진 중인 공사비, 미분양 증가 등 서울에서도 재건축 단지 대부분이 정비사업 추진 동력을 잃는 가운데 여의도의 경우 사업성이 뛰어난 만큼 '알짜 재건축'으로 여겨지며 수요가 쏠린 모습이다. 실제 이 일대는 대교·한양·공작 등 16개 단지가 동시에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구축 단지 일대 아파트 입구나 외벽 곳곳에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등 재건축 사업 선정 축하 현수막이나 수주 경쟁에 나선 건설사들의 홍보 현수막, 시공사 선정 감사 현수막 등이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여의도뿐 아니라 지난달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12차' 전용면적 121㎡형은 47억6500만원에 신고가 거래기록을 썼고, 목동 신시가지4단지 전용 95D㎡형도 20억2500만원에 거래되면서 업계 이목이 쏠린 바 있다.
서울 전반적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재건축 후 확실한 시세 상승이 예상되는 단지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 같은 새 아파트 공급난이 심화할수록 알짜 재건축의 가치가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사비 인상으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서울 내 단지도 적지 않아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여의도는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때문에 시장에서 보는 실제 가치보다 가격이 눌려 있는 데도 신고가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재건축의 경우 기본 시세가 중요한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이른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은 가격 상승이 자명한 지역이고 사업성이 좋아 시공사나 수요자, 서울시도 재건축을 진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고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성이 좋은 단지는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수요가 많은 반면에 상대적으로 입지나 사업성이 나쁜 단지는 가격이 더 하락할 수밖에 없다"면서 "규제 완화, 인센티브를 떠나 잘 될 곳과 안되는 곳의 차이가 점차 벌어지고,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제 거래량이 늘거나 가격이 올랐다는 게 체감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B 중개소 대표는 "최근 신고가를 경신했다고는 하는데 최근 1~2년간 거래가뭄 속에서 최근 한양아파트 등 재건축 호재가 있는 몇몇곳에 한정된 얘기로 체감은 크지 않다"면서 "수십년간 여의도에서 중개소를 운영해왔는데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있는 상황에 부동산 경기도 침체돼 가격이 오히려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추진도 예전부터 계속 나오던 이야기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 연구위원은 "최근 중개업계에선 체감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아무래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들의 경우 실거주자들로 수요가 한정되고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까 이를 충족하는 수요층이 한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