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마이데이터(개인정보 전송요구권)' 확대 정책이 스타트업 업계의 산업 위축과 개인·기업 등의 민감 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개인정보보호법학회, 벤처기업협회,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라이스타트업포럼, 한국여성벤처협회 등 6개 단체는 4일 오전 서울 강남 '스타트업얼라이언스&스페이스'에서 마이데이터 산업 관련 긴급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최근 입법예고된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마이데이터 관련 내용이 신설된 가운데 기업의 영업비밀 유출 문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 개인정보 해외 유출 문제 등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으로 국내 AI(인공지능)와 데이터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가 데이터 산업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자국 IT 기업을 보호하고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국민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동시에 사업자들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5월부터 마이데이터 시행을 보건의료, 통신, 유통 분야부터 시작해 전 분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다른 컨트롤러에게 전송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정보주체에게 자신과 관련한 개인정보에 대해 더 많은 통제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한다.
시행령은 정보주체인 국민이 개인정보 전송을 요구하는 경우 부문·분야 구분 없이 정보전송자 및 전송정보 기준을 폭넓게 설정했으며, 정보전송자는 정보주체의 전송 요구가 있는 거절·중단 사유가 없는 한 중계 전문기관을 통해 지체없이 개인정보를 전송해야 한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스타트업들은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데이터를 구축하는데,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도입으로 데이터를 경쟁사에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혁신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데이터 기반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론회에서는 이번 마이데이터 확대 정책 시행으로 개인이나 기업의 민감 정보가 국내외에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신동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 주체가 수많은 클릭 버튼을 누르면서 정보 전송에 포괄적으로 동의할 경우 숨기고 싶은 구매 이력 등 민감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보주체가 개별적으로 인지하기 못한 정보가 포괄 전송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업비밀 등 기업의 민감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며 "좁은 의미에서 정보 주체가 적극적으로 제공한 데이터는 영업 비밀이 아니지만, 이전할 데이터의 구조, 특히 메타데이터(속성정보)의 경우 특정 상황에서 기업의 영업비밀이 이전되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응준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해외사업자의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안내서'에 따르면 아마존, 이베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외국 사업자에게도 전송요구권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 사업자가 보유하는 한국 정보주체의 개인정보가 외국 사업자에게 이동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행령과 같은 데이터 이동성 제도가 외국 사업자에게도 적용되는 것은 현재 마련된 개인정보 국외이전 절차와 부합한다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알리, 테무 등 중국 거대 커머스 플랫폼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 우리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한상우 의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을 우려가 있다"며 "특히 알리, 테무 등 중국 거대 커머스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 이들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 기업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지은 개인정보위 범정부 마이데이터 추진단 과장은 "영업 비밀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과 관련해 많은 정책적 검토를 하고 있다"며 "정보 전송자와 수신자가 함께 논의하는 의견 수렴 협의체를 지난해부터 운영해왔고 의료, 통신, 유통 외에 다른 분야로 확장할 때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