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이나 최고경영자에 책임 부담되도록 할 것"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의 불완전판매, 내부통제 부실 문제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가운데, 또다시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터진 우리은행과 관련해 필요시 본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2년 직원의 700억원대의 대규모 횡령 사고가 터진 데 이어 최근엔 또다시 1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을 통해 100억원가량의 대출금을 빼돌린 혐의가 드러나 지난 13일 구속된 상태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12일부터 현장 검사에 돌입했다.
이 원장은 "금융권 횡령 사건과 관련해 당국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며 "영업점뿐만 아니라 본점 단계에서의 관리 실태도 점검하고 있으며, 개정 지배구조법이 도입되기 전이지만 필요할 경우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 지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책무구조도가 면피수단으로 쓰이게 운영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지배구조법이 운영 상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임원이나 최고위 책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금융사고 등을 중요 의사결정권자들이 책임에 직접 관련된 문제로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단기 성과주의적인 불완전판매 등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달 말 적용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의사 결정을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회사의 자체 평가 결과가 금감원의 구조조정 필요성에 미치지 못한다면 사업성 재평가, 추가 충당금 등을 강력하게 권고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근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경영실태평가에 나선 배경과 관련해선 "당국의 기대보다 연체율 상승 관리 등이 미흡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부실이 해당 업권 내의 다수 금융사로 전파될 가능성은 극히 낮고, 타업권으로의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축은행 업권의 부실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는 부실 확대가 아니라 기존 부실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반영하지 못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면서 "부실을 장부로 끌어내 적절한 방식으로 시장에 풀리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짚었다.
이날 자리에서는 가계부채 관리 방향에 대한 내용도 언급됐다. 이 원장은 "경상 GDP 성장률 이내 가계대출 증가라는 정책 목표는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취약계층·청년층의 주거 공급이나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앞서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최근 발생한 100억원대 횡령 사고에 대해 "모든 임직원에게 내부통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교육을 통해서 이런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조 행장은 "강화된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자체적으로 막을 수 있었음에도 원천적으로 막지 못한 부분은 아직까지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파악해 부족한 부분에 대한 개선으로 재발 방지를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