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 이상 날씨, 2시간 안에 대장균 100만 마리까지 증식
"손을 잘 씻는 것만으로도 식중독 약 70% 예방 가능"
[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한낮 온도가 30도를 웃도는 예년보다 더운 날씨가 지속되며 식중독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 항공사에서 기장과 승무원이 단체 식중독에 걸려 회항하는 사건과 경남에 한 병원에서 직원 수십 명이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여 역학조사를 벌이는 등 식중독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어 식중독 예방법을 통해 건강한 여름철을 날 수 있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식중독은 유해 물질이 함유된 음식물을 섭취해 생기는 질환으로 특히 여름에 높은 온도와 습한 기후 때문에 세균과 바이러스의 증식이 활발해져 발병률이 높다.
20일 경기 고양시에 따르면 전국 식중독 환자 수는 2020년 2534명, 2021년 5160명, 2022년 5501명, 2023년 8485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고양시는 식중독 발생 가능성이 높은 메뉴를 취급하는 음식점이나 집단급식소 등 700곳에서 위생 점검을 실시했고 서울 중구도 오는 8월까지 관내 집단 급식소 112곳을 대상으로 식중독 예방을 위한 전문가 컨설팅을 진행하는 등 여러 지자체들도 식중독 예방을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식중독 증상은 보통 세균에 오염됐거나 세균이 만들어낸 독성이 남아있는 음식을 먹은 뒤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 후 증상이 나타난다. 체내에 들어온 독소를 몸에서 빨리 제거하기 위해 구토·설사·복통 등이 발생하는데 독소가 소화관 위쪽에 있으면 구토, 아래쪽에 있으면 설사를 통해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하고 독소가 장벽에 붙거나 뚫고 들어가면 온몸에 열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개 하루 이틀이 지나면 회복되지만 증상이 2일 이상 계속되면 병원에 가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더운 날씨에는 조리한 음식을 가급적 빨리 먹는 것이 좋고, 먹고 남은 음식은 실온에 두지 말고 냉장 보관해 다시 먹을 때 재가열 후 먹어야 한다. 섭씨 30~35도에 날씨에서는 2시간 안에 대장균 1마리가 100만 마리까지 증식하기 때문에 식품을 상온에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육류나 해산물이 가장 위험할 것 같지만 의외로 채소류의 위험도가 더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보면 주요 원인 식품별 병원성 대장균 식중독 발생 현황을 보면 채소류가 29%로 가장 많았고 이어 육류 14%, 지하수 8% 등의 순이다. 식약처는 여름철에 채소류를 먹을 때는 식초를 넣은 물에 5분 이상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3회 이상 꼼꼼한 세척을 한 후 섭취하길 당부했다.
또한 달걀을 만진 뒤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조리하거나 다른 조리 기구를 만졌을 때 교차오염을 통해 살모넬라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달걀을 만진 뒤에 손을 씻고 냉장 보관해야 한다.
신형식 대전을지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익히지 않은 음식은 가급적 피하고 해수에 서식하는 장염 비브리오균이 어패류를 오염시켜 식중독의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생선회나 조개류 섭취 시 유의해야 한다"이라며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식중독의 약 70% 정도를 예방할 수 있으니 음식물을 조리하기 전이나 먹기 전에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식중독 증상이 생겼을 때 설사를 통해 자연적으로 외부에 배출되는 세균이나 세균성 독소 등의 배출을 막아 몸속에 쌓이게 돼 더 심각한 증상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사제를 함부로 복용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 후 복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